35도 무더위가 폭주하던 7월 말 무엄하게도 에어컨 님의 옥체에 손을 댔다.
그깟 곰팡이가 좀 비친다고 사신을 불러 옥체를 해체했다.
온도가 금방 떨어지지 않는다고 또 다른 사신을 불러 실외기 님의 피를 뽑았다.
그런데 두 사신이 아무리 애써도 28도 이하로 온도가 떨어지지 않았다.
10년 넘게 냉풍을 하사하던 주인님의 분노가 27도를 허락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날 이후 28도의 저주 속에서 가슴을 치고 잠을 설치며 깨달았다.
나흘이 지나고 더 먼 나라 사신이 와서 실외기 님의 몸에 깨끗한 피를 돌게 했다.
백성 모두는 머리를 조아리고 있다가 에어컨 님의 용안을 올려다보았다.
아, 우리는 보았다. 하해와 같은 은혜로 27도가 찬란하게 강림하는 것을…
28도의 난이 진압되니 26도의 바람에도 눈물을 흘리며 몸을 떤다.
우매한 중생에게 28도의 고난을 겪게 하신 큰 뜻을 기억하며
그러나 다시 가르침을 받는 일은 없기를 바라면서 2025년 8월 5일에 엎드려 이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