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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떠드는 아이가 있으면...

- 담임교사라면 교탁 위에 어떤 글을 남길까?

by 글쓰는 민수샘


저도 그랬습니다.

- 혹시 자리를 바꾸거나 떠드는 아이가 있으면 담임에게 말씀해 주세요. 잘 지도하겠습니다.

새 학기가 시작되면 교실 자리표 밑에 이렇게 정성껏 써서 붙였습니다.

- 한 학기 동안 우리 반 아이들 잘 부탁드립니다. ^^ 담임 한OO 올림

이렇게 아부도 했습니다.


어느덧 아이들에게 아빠뻘 선생님이 되고

담임을 맡았던 아이가 어엿한 후배 교사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20년 넘게 한 수업이, 아이들과의 대화가 술술 풀리기는커녕

땀샘 사이로 덜컹거리는 소리가 자주 새어 나왔습니다.


학교를 옮겨야 하는 내년에는 오랜만에 담임교사를 맡게 되었지요.

혼자 잘 지도할 자신이 없는 저는 이렇게 교탁 위에 붙여 놓으려고 합니다.

혹시 연락이 오면 찬 한잔 대접하러 무조건 달려가겠습니다.


- 안녕하세요. 담임을 맡은 한OO입니다. 한 학기 동안 선생님과 아이들 모두에게 아름다운 인연이 되면 좋겠습니다. 혹시 수업하시다가 호기심이 생기는 아이, 칭찬하고 싶은 아이, 걱정되는 아이가 있으면 언제라도 연락 주세요. 무조건 달려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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