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으로 가는 마지막 역에 초조하게 앉아 있는 아이들과
2학기 첫 수업으로 '시집 한 권 통째로 읽기'를 했습니다.
내가 골라 온 시집을 한 권씩 들고
물질이 아니라 온전히 말랑말랑한 시 한 편을 골라
위로와 용기를 자기에게 선물하는 아이들은
대한민국의 고등학생이 아닌 것처럼 보입니다.
전원 만점이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이 부끄러운 나는
대한민국 고등학교 선생이 아닌 것 같습니다.
정성껏 시를 필사하는 아이들의 뽀얀 정수리에 닿도록
수행평가라는 것도 잠시 잊어 버려라, 하고 주문을 외웠습니다.
이 아이들에게 우리는 무엇을 바라고 있는가요?
나에게 시를 선물하는 마음을 평가할 수 없습니다.
어설픈 분석도, 지혜로운 오독도 다 좋은데요.
이렇게 아름다운 아이들에게 무엇을 더 바랄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