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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지가 할 텐데

by 글쓰는 민수샘

언젠가 지가 할 텐데 하는 마음으로

두 아들이 다 클 때까지

설거지하고 진공청소기 돌리고 재활용 쓰레기도 버려줬지

때가 되면 지도 할 텐데 하는 마음으로

포장음식 픽업도 하고 똑 떨어진 참기름을 사러 마트로 달려갔지


팔십 고개를 넘고 계신 엄마, 아빠도

언젠가 내가 할 텐데 하는 마음으로

식당에서 일 마치고 밤늦게 들어와서도

방을 쓸고 닦고 늦은 저녁을 차려주셨지

때가 되면 내가 할 텐데 하는 마음으로

보일러에 넣을 등유를 들고 눈 쌓인 계단을 오르셨지

서른 넘어 취직할 때까지 알바하라는 소릴 한 번도 안 하셨지


두 아들이 아빠가 되면 이런 마음일랑 넣어두면 좋겠네

버튼 하나씩 눌러 집안일 끝내고

아이들 옆에 앉아 하하 호호해도 좋고

아이들과 사이좋게 집안일하다가

가끔은 지 부모 생각에 가슴 한 모퉁이가 찡했으면 좋겠네


- 2025. 08. 26. 글쓰는 민수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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