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사의 11월 이야기 (1)
지난 금요일 오후에 창체 동아리 시간이 있었어요. 제가 맡고 있는 <교육문제탐구반>에서 학생들의 주제 발표를 마치고, '우리교육 100문 100답'의 독서토론을 '월드카페'식으로 진행했어요. 종이에 각자 토의하고 싶은 주제를 질문 형식으로 하나씩 적고, 아래에 제안하는 이유도 덧붙이게 했습니다. 그후에 모두 앞에 나와서 붙이고, 스티커로 투표하게 해서 4개의 주제를 선정했고요. 그 주제를 적은 학생이 호스트가 되어서 자리를 지키고 다른 학생들은 모둠별로 이동하며 대화를 이어가는 방식입니다.
그런데 우연히 호스트 4명 중에 3명이 고3 학생이었습니다. 이제 곧, 말년병장보다 더 말 안 듣는 '수능 끝난 고3'이 될 아이들인데도, 처음에는 당황하더니 호스트 역할을 멋지게 수행했어요.^^ 평소에 모둠활동을 주도하거나 발표를 자원하는 아이들은 아니였거든요.
대학 입시라는 외롭고 힘든 길을 걷고 있는 고3 아이들이 얼마 남지 않는 동아리 활동을 통해 자존감이 조금 높아진 것 같아 보람있었습니다. 수능이 2주 앞이지만, 후배들과 함께 하는 동아리 활동에서 주인으로 활약하며 의미 있는 경험을 한 것이지요.
정시가 확대하고 수능 비중이 많이 높아진다면, 10여년전처럼 고3 동아리 시간는 자습 시간으로 변질되겠지요. ㅠ.ㅠ 고3 아이들의 소감문을 읽어보면서 더욱 확실해진 것이 있었습니다. 고등학교의 동아리 활동 같은 진정한 배움과 성장은 어떤 일이 있어도 계속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내가 생전 19년 인생 처음으로 사회자! 즉 호스트가 되었다. 정말 놀라운 일이다."
"오늘 내가 호스트가 되었는데 놀라웠다. <학교는 왜 이렇게 무능한가?>를 주제로 돌아가면서 여러 의견이 나왔는데 학교폭력과 입시제도에 대해 얘기가 많이 나왔다. 학교는 학교폭력 문제에 더욱 더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고, 각 학생들마다 하고 싶은 게 다르니까 입시제도도 바꼈으면 좋겠다."
학생들의 지성, 인성, 사회성을 균형적으로 발전시켜야 하는 교육의 본질과 학교의 역할에 대한 성찰과 토론은 사라지고, ‘대학입시 과정의 공정성’이라는 수단적 도구가 교육에 관한 모든 논의를 지배하고 있는 현실이 참 답답하고 우울한 요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