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계획은 있다, 신설 학교에 발령받기 전까지는..

by 글쓰는 민수샘

신설 학교에 발령 나기 전까지, 나도 그럴듯한 계획이 있었다... 근무할 수 있는 학교가 1, 2개밖에 안 남은 교직 생활, 이제는 무리하지 않고 가르치고 배우는 기본에 충실하면서 욕심을 내지 않는 연습을 하려고 했다. 어느 학교에 발령이 나든 담임을 하며, 티 안 나게 후배 교사들을 도와주며 조용히 지내려고 했었다. 계획은 틀어졌지만, 느슨해진 교직생활에 활력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아 설레는 마음도 있다.


신설 학교가 공사 중이라 근처 호텔에서 교사 워크숍을 했다. 기분이 이상했다. 그리고 융합교육부장이 되었다. 국영수사과 교과 업무와 행사가 다 모인 부서. 과학실 물품부터 주문해야 한다는데 나는 국어교사. ㅜ.ㅜ 하지만 다른 부장님들은 할 일이 더 많으니, 정중동 하기로 했다.


2월 26일, 개교 5일 전 드디어 학교로 처음 출근했다. 하루 만에 완료된 것들. 외벽 물청소, 교실 텔레비전, 교무실 복사기와 인터넷, 수업 시간표, 교과서 배부 준비, 교문 앞 플랜카드 등등. 한 시간 단위로 바뀌는 학교의 모습을 지켜보며 수많은 국난을 극복한 한민족의 위대함을 다시 느꼈다. ( 근데 이제 그만 극복하고 싶다.^^; )


개교 4일 전, 다음 주 화요일 개학이다. 아직도 선생님보다 마무리 공사하는 분들이 훨씬 많다. 아, 사진으로 페인트, 매캐한 먼지 냄새를 전할 수 없어서 아쉽다(?) 그래도 2배속으로 일하시는 분들 덕분에 아이들을 맞이할 수 있을 것 같다.



올해는 두 명의 신규 샘과 국어를 가르치게 됐다. 수업 협의를 하는데 수첩에 내가 한 말을 꼬박꼬박 적는 모습이 교생 같았다. 따뜻한 환대로 서먹함을 기대감으로 바꿔 주기 위해 첫 시간에 하면 좋을 '친구 이름으로 삼행시 짓기' 활동을 제안했다. 그리고 수업 규칙과 모둠 구성 방법, 교과 담임용 수업 설문 양식 등을 공유했다.




학교 앞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오며, 신규 샘들께 스승의 날에 선물은 사양한다고 너스레를 떨었는데 좀 오버한 것 같다. ㅋㅋ 수업할 때도 하고 싶은 말을 줄이고, 아이들의 불안과 기대를 경청하며 새 학교에서의 3월을 조심스럽게 시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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