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에는 여러 해 동안 검증된 수업을 하는 것이 좋은 것 같다. 말하자면 새로운 요리를 만들어 내놓는 것보다, 진하게 우려낸 사골곰탕과 여기에 어울리는 김치를 아이들 앞에 첫 음식으로 대접하는 기분이다.
고등학교 1학년 첫 수행평가인 수필 쓰기는 '나는 누구인가'와 '내가 사랑하는 생활'을 주제로 한 글쓰기 수업을 하나로 묶어서 5차시로 기획했다. 첫 시간에는 다큐멘터리 <검색 말고 사색, 고독 연습>을 보고 등장인물처럼 자신에게 가장 절실한 질문을 던지며 답을 찾아가는 활동을 했다. '나는 누구인가'를 찾기 위해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다시 질문으로 이어가며 내면의 자아와 만나는 것이다. '와이 카드(Why Card)'라고 불리는 활동은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 그리고 나에게 가장 필요한 목표와 성찰 지점을 찾는 데 의의가 있다.
질문은 역시 공부에 관한 것이 많았다. 공부를 가장 열심히 하는 학생도 "나는 왜 공부가 하기 싫을까?"와 같은 질문을 던졌고, 공부에 관심이 없어 보이는 학생도 "나는 왜 공부를 포기했는가?", "나는 왜 꿈이 없는가?"와 같은 질문을 던지며 진지하게 성찰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질문을 만들지 못해 머리를 싸매는 학생도 있었다. 멀리서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었는데, 다행히 나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래서 지금의 고민을 바로 질문으로 만들어 보라고 했더니, "나는 왜 질문을 못 하는가?"라는 질문을 적었다. "질문이 생각이 안 났지만, 집중했다는 것이 대단하네. 앞으로 다른 활동도 열심히 하면 질문도 답변도 할 수 있게 될 거야." 하고 격려해 주었다.
나는 왜 질문을 못 하는가?
- 질문이 생각이 만나서.
나는 왜 아무 생각이 안 날까?
- 집중했지만 생각이 안 나서
거의 매시간 수업 시작 전부터 엎드려 있던 아이를 깨워 복도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더니, 다행히 질문을 만들고 활동을 이어갔다.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 관심 있는 것을 물어본 것뿐인데, 아마 선생님들의 관심이 필요했던 모양이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의 내면에 대한 관심이 아닐까? 다큐멘터리에서 3박 4일 동안 참가자가 고독의 방에 갇혀 사색을 하는 정도는 아니라도, 아이들은 고독을 연습할 필요가 있다. 스마트폰이나 자극적인 매체에서 잠시 벗어나 자신을 성찰하는 시간이다. 앞으로도 아이들이 자신에게 어떤 질문을 던지고, 진솔한 이야기를 풀어갈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