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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코디 Oct 14. 2021

디지털시대에 냄비근성

40년전 학교 다닐 때 일부 일제강점기 교육의 영향을 받았던 선생님이나 시니어들이 한국은 냄비근성 때문에 안된다고 하면서 늘 일본과 비교를 하곤 했었다. 변화에 민감하지 않고 장인정신으로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해야지 무언가를 얻을 수 있고, 우리나라의 민족성은 유행에 따라서 너무 빠르게 변화한다는 것을 질책하기 위해서 사용한 단어이었다. 냄비라는 물건의 특성이 열의 전도율이 높기 때문에 열을 낭비 없이 빨리 흡수하여 음식을 조리할 수 있었고, 반대로 열이 없으면 빨리 식어버리는 특징이 있었다. 최근에는 2002년 월드컵 응원 열풍이 식어갈 때까지 일본한테 이런 비아냥을 들었던 거 같다.


이렇게 하나의 진득하니 노력하지 않고 시골장의 뜨내기들처럼 왔다 갔다 하는 냄비근성이 최근 디지털 시대에는 오히려 부각이 되고 인정을 받고 있다. 냄비근성이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만큼 유별난 곳도 없는 거 같고 또한 국민 전체가 특성을 가지고 있어서 빠른 전파 및 트렌드를 반영하는 거 같다. 과거에는 비판의 프레임을 씌우기 위해서 만들어낸 단어일 수 있겠지만 요즘처럼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시대에서는 이 단어보다 좋은 개념이 없는 거 같다.


최근에 일본 수도권에 6.1 지진이 있었다. 10년 만에 수도권에서 발생한 지진이라 많은 사람이 걱정을 했고 일본 기상청에서도 빠르게 브리핑을 하였다. 그런데 일본 기상청의 브리핑을 보다가 정말로 깜짝 놀랄 만한 모습을 보았다. 대형 TV에 내용은 기대했던 프레젠테이션이 아닌 종이를 비디오로 찍은 영상이었기 때문이다.

과거 일제라는 단어 속에는 선진국의 의미와 함께 기술의 첨단, 넘볼 수 없는 존재 등 갈망하는 단어였는데 그 영상을 보고는 웃음을 피할 수 없었다. 장인 정신이라는 것이 이것이었나.


최근 BTS, 영화 기생충, 넷플릭스 오징어 등 한류문화가 빠르게 세계에서 인정받고 다른 나라 문화에 스며들고 있다. 이제는 한국의 컵라면을 미국의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쉽게 만날 수 있고, 삼성전자 반도체와 함께 K-과일도 없어서 못 팔정도로 잘 팔리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문화는 어찌 보면 우리의 냄비문화로 인한 다양한 시도, 트렌드에 맞는 투자 등에서 기인하지 않았나 싶다.


디지털, 클라우드 등 경험해보지 못한 환경이 다가오고 있다. 새로운 기술의 시작은 대부분 미국이지만, 활용하고 사용하는 것은 우리나라가 더 빠르다. 아이폰 출시국에서 늘 두 번째이던 한국도 이제는 첫 번째 애플 제품의 출시국이 되었다는 것은 이런 냄비근성에 따른 빠른 소비문화 때문인 지도 모르겠다.


한국만큼 새로운 개념을 좋아하는 나라도 없다. 4차산업혁명, 메타버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등 외국에서는 흔하지 않은 단어들도 한국에서는 초등학생들까지 알 정도로 확산이 빠르고 기업에서는 앞다퉈 시도를 하고 있다. 물론 결론은 늘 좋은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하지만 디지털 세상에서는 이러한 시도가 자양분이 되고 또 다른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는 기틀이 될 것이다. 처음부터 안 하는 것과 해보고 실패하는 것은 단순히 실패 성공의 문제가 아니고 기업의 문화, 인력의 역량 향상 등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디지털시대에는 정말로 냄비근성을 십분 활용하여 새로운 서비스를 사용해보고 언제든지 움직이고 이동할 수 있는 역량 및 환경이 필요하다. 결재 문화 때문에 재택근무를 하면서 아직도 도장 찍기 위해서 출근하는 일본과 비교를 하면 냄비근성은 디지털 시대에 꼭 필요한 정신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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