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월. 갑자기 회사에서 업무를 가지고 집으로 돌아가라고 방송이 나오고, 많은 사람이 허둥지둥 노트북과 몇 개의 관련 문서만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갔다. 내일부터 모두 재택근무를 하고 회사에서 공지가 있을 때까지 나오지 말라는 안내만 있었고, 그 모습을 팀장과 임원들은 걱정스럽게 창문을 통해서 바라보고 있었다.
불과 2년 전에 많은 회사에서 일어났던 모습입니다. 그 후로도 계속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 회사가 있고, 이번에 비가 많이 와서 회사는 다시 출근하지 말고 재택으로 근무하라고 안내를 받았습니다.
이상하지 않나요? 공부는 학교 가서 하고 일은 회사 가서 해야 되는 줄 알았는데, 재택근무해서 망했다는 회사는 찾기 어렵고 오히려 생산성이 올라갔다는 회사는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회사를 안 갔더니 일이 잘되고 생산성이 올랐다면, 회사 사무실이 왜 있고, 우리는 출근을 무슨 이유로 했던 것일까요?
재택근무를 하면서 생산성이 올라가는 이유를 생각해보니 3가지 정도가 떠올랐습니다.
1. 일하는 형태가 Silo 다
시골에 건초더미나 곡류를 보관하는 통을 사일로라고 합니다. 당연히 다른 곡물과 섞이면 안 되기 때문에 긴 구조로 되어 있고, 업무 프로세스가 혼자서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니 다른 사람과 협업할 필요가 없습니다. 회사에서 혼자 하나 집에서 혼자 하나 별 차이가 없습니다.
2. 평가 체계가 없다
회사 팀장이나 임원이 걱정한 것은 과연 집에 가서 일 안 하고 놀면 어쩌나 였을 겁입니다. 회사에 있으면 몇 시에 출근했는지 야근에 일을 하는지 눈치를 줄 수 있지만, 집에서 근무하면 일을 하는지 안 하는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죠. 평가 체계가 명확하면 일을 하는지 안 하는지 감시할 필요가 없습니다. 일의 결과로 평가하면 되기 때문이죠. 능력이 좋아서 일을 조금 하고도 성과가 높다면 어떤 통제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3. 집에서 일하니 방해가 줄어 일이 잘 된다.
회사에 출근하는 것도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고, 불필요한 업무나 회의, 팀장의 방해 등 업무 외적인 것들이 많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집에서 조용히 혼자 근무하니 생산성이 높아지고,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이 많아진다면 개인의 만족도도 높아지고 회사에게도 좋은 영향이 있겠죠.
이밖에도 화상 회의를 할 수 있는 영상 미팅 서비스나 클라우드에 저장하고 작성하는 문서도구, 스마트폰 등 IT 기술 발전의 영향도 있습니다. 10년이나 20년 전에 코로나가 있었다면 그때는 사실 업무가 잘 안 되고 맨날 전화통화에 팩스로 소통했을 겁니다. 클라우드 및 ICT 분야의 발전과 함께 재택근무가 더 활성화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