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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괴왕 Jul 19. 2022

6. [번외] 회사의 장점

빛과 그림자

갑작스럽지만 회사의 장점에 대해 몇 개 써보고자 한다.

내가 너무 부정적인 에너지로 가득 차 있어서 나 자신을 갉아먹는 느낌이기도 하고, 회사가 너무 싫어서 일까지 하기 싫은데 이것이 결국 내 손해가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다. 내 경력은 소중하니까..!


우리 회사의 장점을 몇 가지 나열해 보겠다. 내가 느낀 것도 있고, 잡플래닛에 나와있는 평가를 참고하기도 했다.


1.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

 쓸데없이 격식을 강요하는 회사들에 비하면 훨씬 자유롭다. 일단 내가 옷을 편하게 입고 다닌다. 우리 팀이 팀 특성상 복장이 자유로운 편이다. 다만, 남성 직원들에게는 약간의 격식이 요구된다. 좀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팀 리더의 재량에 따라 업무 시간에 간단한 용무를 보러 외출하는 것이 허용된다. 물론 그것을 가장 잘 활용하고 있는 것은 우리 팀 리더다..^^ 나와 친한 직원들은 오후에 옥상에 가서 바람을 쐬고 올 때도 있다. 지각을 해도 많이 혼나는 분위기는 아니다.


2. 오피스가 깔끔하다.

 사장님이 되게 인테리어에 신경을 쓰시는 분 같다. 인테리어가 엄청 화려하게 예쁘다기보다는... 어디 가서 우리 회사 사무실을 보여줬을 때 부끄럽지 않을 정도다. 친구들한테 사무실 사진을 보여줬을 때 "너네 회사 왜 이렇게 좋아?" 하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3. 다정한 사람들

 회사에 엄청 무서운 사람은 없다. 다들 신입에게 다정하게 해 주시려고 노력한다. 본인이 꼰대임을 인지하고 꼰대처럼 굴지 않으려고 노력하시는 분들도 많다. 젊은 세대의 입장에서 생각하려고 노력하려는 노력을 하려는 노력의 노력을..^^ 하시는 분들이 많다. 특히 임원 어르신들께 꽤나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어서 좋다.


4. 간식/음료 제공

 요즘 회사 낙은 냉장고 털어먹는 것이다. 빨리 먹지 않으면 빵이나 컵밥은 금방 동이 난다.


5. 다양한 경험

 회사에 입사하고 나서 여러 가지 업무를 맛볼 수 있었다. 이것들이 다 내 밑천이 되리라고 믿는다.


6. 신입에게 가혹하지 않다.

이건 아마 팀 바이 팀이겠지만, 내가 서툴고 뭘 못한다고 해서 너무 나무라는 분위기는 아니다.




100프로 진심이 아니다 보니 한 자 한 자 적기가 너무 어렵다. 글자 수 늘리는 것조차 안된다. 빛과 그림자가 공존하듯 이 장점들에는 이면이 있다.




1.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 → 관리가 안되기 때문이다.

우리 팀이 회사에서 비교적 제일 자유로운 팀 같은데, 그 이유는 우리 팀이 관리가 잘 안 되는 팀이기 때문이다. 우리 팀에서 가장 자유로운 것은 우리 팀장이다. 본인이 이틀에 한 번 꼴로 근무시간에 한의원을 갔고, 남들보다 일찍 퇴근했다. 본인이 그러기 때문에 우리에게도 그렇게 할 것을 허용했다. 양심 없는 사원인 나는 팀장이 허락해준 대로 행동했지만 착한 우리 팀원들은 최대한 점심시간을 활용했다.



2. 오피스가 깔끔하다 → 겉보기만 번지르르하다.

회의실 유리벽 코팅, 카페테리어 조명 공사를 한답시고 회사가 어수선해진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 정도 공사를 할 정도로 문제가 있지 않았던 것들이다. 그 돈으로 우리의 인센티브를 줬으면 좋았을 텐데..



3. 다정한 사람들 → 일을 어영부영한다.

다정한 말투로 이상한 업무를 부탁한다. 내 커리어에 도움이 하나도 되지 않은 일, 누가 싸놓은 똥을 처리하는 일, 상사들이 하기 싫은 잡무 등이다. 정작 단호하게 거절해야 하는 일에도 다들 다정하게 대처해서 그 일들이 모두 사원들에게 돌아온다. 다들 너무 착하시다!



4. 간식/음료 제공 → 식대를 포함한 임금을 받고 있으며 이 임금이 매우 적다.

더 설명할 게 없다. 채용공고에 자랑스럽게 적혀있는 복지다. 임금이 적고, 포괄임금제이며, 인센티브가 없고 복지 제도가 거의 없다. 그리고 냉장고에 간식이 떨어진다고 그게 빨리 채워지지도 않는다.



5. 다양한 경험 → 교육 지원 같은 것이 일절 없이 낯선 일이 주어진다.

이 회사를 다니면 만능이 된다는 걸 상사들은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 체계와 교육 없이 낯선 업무를 받고 되는대로 처리하는 걸 '만능'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업무의 퀄리티는 이곳에서 중요하지 않다.



6. 신입에게 가혹하지 않다 → 일이 제대로 처리되고 있지 않아도 상황을 넘기면 그만이다.

5 비슷한 맥락일  있겠다. 엉망으로 만들어 놓은 결과물이 있어도 이것이 겉으로 기능하거나 면피가 된다면 그냥 넘어가도 된다는 식이다. 이렇게 엉망으로 처리된 일은 돌고 돌아 업무로 다시 돌아온다는  우리 관리자들은 모른다.



장점을 쓰면 애사심이 생길 줄 알았는데 애사심보다는 얼른 내 소중한 경력을 위해 이곳에서 도망쳐야겠다는 생각만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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