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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솔 Dec 30. 2018

" 최근 짧은 생각들 [1] "

그때 그때 했던 생각들. [1]

短文


1. 나는 늘 간절히 바란다. 오늘이 어제보다 낫고, 내일이 오늘보다 나아지기를. 어떤 면에서나 그렇게 생각하지만 도통 그렇게 잘 이루어졌던 적은 흔치 않다. 그래서 나는 요즘 자주 아프다. 바라는 욕심과 생각은 끝도 없이 나를 찔러대는데 나는 다 이루지 못하고 부풀어 터져버리고 만다. 나는 매일같이 생각이 많은 머저리 일까, 고뇌하는 사색가일까. 이제 좀 어렵다.


2. 난 누군가 내게 대단한 사람이야,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고 말할 때마다 그 어색함을 견딜 수가 없다. 그런 말을 들어보지도 않았고, 나 스스로 그런 것들을 인정할 수 없다. 그렇다고 못난 사람이라고 인정받고 싶지도 않다. 이건 이상한 변덕인데, 스스로도 잘 알고 있다. 


3. 네가 나를 원한다면 나는 어린 왕자에 나오는 여우처럼 영악하게 굴지도 모르지만, 네가 내게 공격적으로 다가올 때면 나는 날카로운 면도 칼로 변해 너를 벨 거야. 네가 나를 어려워한다면 나는 데카르트처럼 철학자로 변해버릴지도 모르지, 그렇지만 나를 진정으로 이해할 때 너는 셰익스피어의 희극처럼 읽힐 수도 있어. 나는 이제 막 잠이 든 갓난 아이처럼 숨을 쉬다가도, 한순간에 괴성을 지르는 과부로 변하기도 한단다. 추악한 자신을 경멸하는 꼽추가 되었다가 낭만의 기사 돈키호테로 일순간 모습을 바꾸기도 하지. 나는 비련 한 오필리아처럼 죽어가면서도 살기 위해 배를 띄우는 노인이 될지도 모르지. 그렇지만 그 어떤 모든 모습도 내가 아닌 적은 없었어. 그건 오로지 나였을 뿐이란다.


4.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들. 사실은 내게 어렵다. 피곤하고 에너지를 쏟아내는 일이 썩 반갑지는 않다. 허나, 두 가지 선택지에서 나는 최적의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한다. 짧은 시간이었고 짧은 생각이었을지 몰라도 스스로 감당해야 하는 것이라고 하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좋은 이야기가 내게 가장 큰 작용이었다. 그러니까 진짜 ' 좋은 이야기 ', 나 스스로를 움직이게 할만한 계기가 될 정도로 강렬한 이야기들.


5. 친절한 누군가 네가 가지고 있는 더럽고 우울한 복잡한 감정들을 풀어내는 법을 배우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게 오로지 나만이 가질 수 있는 나의 감정인데 왜 그래야 하죠. 함부로 말하는 사람에게 가시를 내돋지고, 찌르고 나서야 알았다. 때론 그런 것들이 친절이었음을, 내가 가장 혐오하던 생체기들이 나도 모르게 누군가에게 함부로 냈음을. 한동안 죄책감에 시달렸다. 뭐하나 똑바로 하는 것도 없는 놈이었구나, 나는 늘 그런 식으로 모든 사람들을 망쳐왔구나. 부끄러워서 나만의 굴 속에서 며칠을 보냈다.


6. 마음이란 게 설명이 되는 걸까, 아니 존재하기는 하는걸까. 사람의 가슴 한가운데 깊숙이 마음이라는 부분이 있기나 한걸까. 단순한 일말의 느낌을 씻어내기가 힘들어 마음이라는 말로 대체하는 건 아닐까. 그래서 때론 방향을 잃기도 하고, 수없이 헤메이기도 하고, 아파지기도, 먹먹해지기도 하는 게 아닐까. 쉼없이 흐르는 시간 속에서 사람을 간혹 멈춰서게 하는 이 느낌을 마음으로 설명할 수 있다면, 그건 어떻게 짧은 구절로 끝낼 수 있을까.


7. 그래, 나는 내 슬픔의 근원을 알았다. 그리고 내 생을 더 힘들게 만드는 것들에 대해 천천히 마주하기 시작했다. 그것들은 때론 형태로 남아 나를 괴롭게 했고, 뱀의 꼬리처럼 스쳐간 기억만으로도 나를 두렵게 했다. 시련 같은 숭고한 단어 따위가 아닌 그저 행복함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것들이 내 발바닥 아래 가득히 존재했다는 걸 알게 됐다. 


8. 당신의 바다쯔음에 나는 한참을 둥둥 떠있었다. 당신의 마음 한 가운데에 배를 띄우고 돛을 폈고 당신의 입김대로 나는 무수히 움직이고 흔들렸다. 내가 내놓은 움직임 하나가 당신의 바다에 얼만큼 흔들렸을까. 나의 흔들림에 당신의 물둘레는 얼만큼 커졌을까. 내심 기분좋은 상상에 돛을 이리저리 흔들다가 균형을 잡지 못해 뒤집어지기라도 하면 당신에게 흠뻑 빠진채로 헤어나올 수 없게 됬을 때 나는 당신에게 잠겨 죽어도 좋다고 생각했다.


9. 나는 너무나 감정적이어서 사진 한 장에, 음악 한 소절에, 그림 한 점에 무너지고 만다. 때론 그게 내 인생에 큰 장점 같았고 나의 예술적 생의 기반이 되고 있구나 생각했다. 하지만 내 생은 생각보다 불행하고, 훨씬 복잡한 삶의 연속이었다. 나의 감정은 삶의 오차 범위를 늘리고, 이성적인 사고들을 때려잡고, 더욱이 나를 슬프게, 또 우울하게 바닥까지 끌어당길 뿐이었다. 한 번 하고 후회할 짓 들을 수없이 반복하고, 상처받고 스스로 생체기를 내고 허망하게 아픔에 대해 토해내고 다시 손이 닳도록 주워 담고 반복되었다. 그런 내게도 때론 한 줄기 빛이 있으리라 하고 생각했고, 실제로 거의 그 빛에 손이 닿았을 즈음에 나는 두려움에 앞서 손을 숨겨 스스로 불행의 길을 택하곤 했다. 이제 실감이 난다. 


10. 겸허히 받아들여내려고 노력하고 있다가 문득, 눈물을 가득 쏟아냈다. 찌질하도록 조용히 쏟아낸 건 힘들어서도, 외로워서도, 고통스러워서도, 부끄러워서도 아닌 위로받을 곳이 없다는 절박한 절망감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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