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of record.
몇 평 짜리 허름한 방 안에서 조용히 담배를 피웠다. 방 안은 연기로 가득 찼고, 널부러진 옷가지들, 정리되지 않은 물건. 옆에는 네가 있었고, 맞닿은 얼굴로 몇 번씩 표정을 짓고 무너뜨렸다. 허접한 농담을 하고, 시시한 잡담을 늘어놓다가 눈이 마주치면 조용히 웃음을 지었다. 그럴때면, 손을 뻗고 손가락을 맞대어 장난을 쳤다. 시켜놓은 음식들은 뚜껑없이 식어갔고, TV에선 철 지난 영화가 나왔다. 살을 부빈채로, 아침부터 낮, 낮부터 저녁, 저녁에서 새벽까지. 그게 우리의 하루와 전부였다.
맥주가 마시고 싶었고, 겉옷을 챙겨 밖으로 나섰다. 밖은 소란스럽고 시끄러웠다. 귀가 아팠고 세상이 탁하게 느껴졌다. 이토록 복잡한 세상 속에서 네가 유일한 위로였음을 몇 번이나 상기시켰다. 돌아오는 길에 네가 서있으면 그게 꼭 행복의 끝이라고 느낄 수 있었다. 종이컵에 담아 들이킨 맥주 몇 잔에 세상이 핑 돌았다. 입안에 술냄새가 진동했던 것 같은데, 그게 내게서 나는 냄새인지 네게서 났던 냄새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사는 건 괜찮았고, 나쁜 짓들을 즐기고, 우리가 이렇게 하더라도 우리는 늘 괜찮았다.
내겐 익숙치도 않은 공간, 서울 한바닥이 무너지고 다시 지어지는 것처럼, 고요보다 더 짙은 어둠속에서 한없이 기대어 쉬었다. 내게 오직 너만이 전부였으니, 내가 너에게로 향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했을지도 모른다. 내가 나의 전부였으니 네가 원하는 삶을 살고 싶었다. 잘하는 것들을 만들어야 했고, 무리해야 했으며, 많은 것들을 놓쳐야 했다. 멍청한 줄 알았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모든 걸 잃어서라도 네가 필요했으니까 그걸로 되겠다 생각했다. 너와 있을때 만큼은 내 삶이 안정적이라고 느꼈으니까.
난 이것들을 싫어했지만, 이대로가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 우리가 하는 이 나쁜짓들을 즐기고, 어쩌면 수없이 흔들렸을지도 모를 곳에서 위태롭게 향유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거기서 무수하게 죽어도 괜찮겠다고 생각했지만 끝엔 무엇이 남을지 뻔히 보였다.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겠지만, 모든 것이 끝나더라도 우리가 남을 것이기에 그것만으로도 괜찮을거라고 수없이 믿었다. 몇 평짜리 공간, 짙은 담배연기, 먹다남은 술과 음식, 허접한 농담, 철 지난 영화와 우리. 그래, 네게 늘 이런것도 괜찮냐고 물어보면 네가 늘 괜찮다 대답해주었기에 괜찮을 줄 알았다.
결국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다른 모든것들은 틀렸지만 이것만 맞았다. 오프닝부터 엔딩까지 하나도 맞아떨어진게 없다. 호기롭게 계획했던 것들이 보기좋게 무너졌다. 내가 비겁하지 않았더라면, 괜찮냐고 물었을때 한 번쯤은 아니었다면, 우리의 마지막을 지레 짐작하지 않았더라면 모두 진짜 괜찮았을지도 모르는데. 아니면, 지금이라도 알고싶다. 네가 없이 어떻게 무엇을 해야할지, 혼란만 남은 내 삶에서 무엇이 남았다고 얘기라도 해주었다면, 몇 줄 짜리 형식적인 인사가 아니라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몇 마디 말이라도 들려주었으면.
더 좋은 사람은 없을거고, 더 괜찮은 삶 같은 것도 이제는 없다. 오직 부서지고 망가진 것들만 존재할 것이고 다치고 아픈 날들만 앞으로 남았다는 걸 일찍 깨닫고 말았다. 이제는 조용히 기다리는 것. 네가 멀리 가지 않았으면 후에 시간이 더 남았길 하고.
짙은 더위에 물든 여름 그게 너였고 우리였다. 내게 남은 게 계절이라면, 여름이 오직 너임을 떠올릴 것이다.
Suddenly all the things seem complicated. You could only fix it, by my lips boy Let me tell the truth. And tell me how not to be hurting or broken, Even if you can’t go far Not with me anymore. You know that I was no good for you. When we lied down and talked doing the things you loved. You know that I wasn’t better than you. I hoped that I could be safe, Will be fine with you leav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