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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솔 Feb 07. 2020

" 귀가 "

돌아오는 길.

괜찮은지에 대한 의문 속에서 던져진 우울감.


요 며칠간 타지에서 생활했다. 목표를 위해, 더 나은 삶을 위해, 더 괜찮은 미래를 위해서. 명목은 좋았으나 감정 상태는 고려하지 못했다. 쉽게 피로함을 느끼고 빨리 털어내고 싶다는 오묘한 생각을 했다. 그토록 원하던 것들 앞에 서있으면서 이것이 진심이었는지 몇 번씩 고민했다. 매일 밤 한 두 잔 씩 술을 홀짝였다. '그냥 나는 이렇게 살고 있구나' 생각했다. 힘겹게 끌려오는 캐리어가 나지막이 속삭이는 듯 했다, '이제 집에 갈 시간이야' 하고. 피곤할 법 한데도, 기차에서 잠들지 않았다. 몇 번 이나 그랬다.


내 성공의 기준을 정하라 하면 '타인의 인정'이 제일 크지 않을까.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머리 속에서 부풀어올라 곧 터져버릴지도 모르겠다. 이토록 인정받기에 집착하는 걸 보면, 마땅히 받아야 할 것들을 받지 못한 걸지도 모르겠다. '정말 잘하고 싶었는데' 라는 말이 변명이 되어버린 사회 속에서 나의 집착이 얼마나 비참한지 가늠은 간다. 내가 잘하고 있는건가 수없이 의문을 던진다. 그러다보면 나는 비참한 말로의 선 실패자라는 답이 나온다. 나의 슬픔조차 인정받지 못하는 사회에서 뭘 기대한걸까.


오르락 내리락 하다 보니 이제 내가 어딜 가고 있는지 잊어버린 것 같다. 남들은 어딘가 저 멀리 가 있는 거 같은데 왜 나는 걸어도 그대로인 것 같은 기분이 들까. 때론 그냥 머무르고 싶은데 멈추면 정말 멈춰버릴까봐 두렵다. 모처럼 쉬는 날에 집에 누워 영화를 봤을 뿐인데, 몇 일간 그 찝찝한 기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렇다고 뭔갈 하기엔 지치고 도대체 내 마음은 어디로 가고 싶은 걸까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다. 내 나이 딱 20대의 중간에 서있을 뿐인데 나아가지도 뒷걸음치기도 어려운 곳에 도착한 것 같다.


'어제보다는 낫고, 오늘보다는 괜찮은 내일' 어려운 단어인가.


문득, 내가 그립다고 하는 것은 과거로의 회기를 원한다기 보다는 과거로의 회상에 조금 더 가까운 것 같다. 돌아가기 보다 그냥 떠올리고 싶다. 그때에도 나는 부쩍 아파서 그때를 어떻게 버텨냈나 하고 의문이 들 때가 많다. 그때의 내가 와르르라면 지금은 와장창이 아닐까. 사실, 이따금씩 그립다는 기분이 들면 뭐가 그리 그리운 건지도 모르겠다. 목표없이 속력만 붙은 그리움이 제 멋대로 날뛰는 게 가끔은 버겁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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