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 오늘의 당신이 어떤 모습이든
인생에서 제일 예쁜 영화를 꼽자면 이 영화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이 영화 총 5번을 보았다. 개봉 당시에 보고, 입대 전에 보고, 군생활 때 보고, 전역하고 보고, 그리고 며칠 전에 다시 틀었다. 5번을 보는 동안 지루할 법도 하지만 대사 하나하나 장면 하나하나 모든 게 눈에 그려지면서도 새로웠다. 시간 지나 보더라도 색감은 여전히 사랑스럽고, 배우들의 연기력은 끝내주게 탄탄했다. 이 영화가 어떤 평을 받았는지,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사실 잘 모른다. 하나, 분명한 것 중 하나는 내게는 이 영화가 인생영화라는 것.
'매일매일 얼굴이 바뀌는 남자와 그런 남자를 사랑하게 된 여자'. 개봉하기 전, 예고편을 보고선 서둘러서 함께 보러 갈 친구를 구했다. 당시에 혼자 가기에는 꽤 달달한 로맨스의 장르이다 보니 혼자 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렇게 친한 친구 2명과 함께 처음으로 포토티켓을 만들어 서둘러 영화를 보러 갔었다. 좀 지나서 봐도 괜찮았을 텐데 나는 뭣 때문인지 미치도록 이 영화가 보고 싶었다. 소재, 배우진, 연출가, 예고편 뭣 하나 부족함이 느껴지지 않던 이 영화가 나를 미치도록 끌어당겼다.
영화를 보는 동안 행복하다는 감정이 들었던 적은 처음이었다. 영화의 내용 때문이 아니라, 내가 지금 이 영화를 보고 있음에 행복하다고 느낄 만큼 좋은 영화였다. 광고 감독이 만들어낸 영화답게 색감은 따듯하고 연출 구도는 완벽했다. 안정적이고 편안한, 영화에서 나오는 이수의 몸에 꼭 맞는 의자에 앉은 듯한 그런 영화였다. 스토리 안에 있는 모든 배우들에게 감정이입을 하고 나 자신이 영화 안 자체에 들어가 마치 그 배역의 주인공이 돼버린 듯한 느낌도 여럿 받았다.
영화관에 굳이 내가 찾아가 로맨스 영화를 보러 간 것도, 로맨스 영화를 보다가 청승맞게 운 것도 처음이었다. 함께 있던 친구들은 뭐가 그렇게 슬펐냐고 나를 달래도 감정이 진정이 되지 않아 영화를 보고 온 날 집에서 굉장히 심란했었다. 그리고 이후에 매번 볼 때마다 나는 가슴이 미어지도록 울어댔다. 늘 똑같은 장면, 똑같은 대사에서 눈물이 터지는 게 교과서처럼 내 몸에 정립되어버린 듯했다. 제일 좋아하는 장면이 바로 이 장면이다. 어쩔 수 없이 이별을 택해야 했던 우진과 아픈 이수. '감기 걸리겠다' 이 한마디 안에서 나는 수없이 해석에 감정을 뱉어냈다. 처음은 그저 슬퍼서, 나중에는 누군가가 자꾸 생각이 나서, 마지막에는 그게 멈춰지지가 않아서. 덧붙여, 이 장면 단 한 번으로 당신의 팬이 되게 만들었던 故김주혁 배우님, 이 장면이 영원히 잊히지 않듯 배우님도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다.
때론 누군가 나에게 제일 좋아하는 영화가 무엇이냐고 물을 때 나는 여지없이 이 영화를 얘기했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을 때면 늘 이 영화 얘기를 밥먹듯이 했다. 나는 이 영화가 너무 좋다고, 언젠가 때가 되면 같은 침대에 나란히 누워 조그마한 화면으로 이 영화를 보면서 미친 듯이 울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그럴 때면 도통 이해받지 못하는 눈빛으로 나를 보는 이도, 공감한다고 고개를 끄덕여주던 이도 있었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이 영화를 '나'의 매개체로 만들어 그 사람에게 심어주려고 했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번외적인 이야기 몇 개를 덧붙이자면 주연배우가 너무 예뻤다. 너무나 명백한 사실이라 반박할 그 누군가도 없다. 이 영화를 누가 '한효주를 위해 탄생한 영화'라고 했던 평을 본 적이 있었는데 그 말에 너무 동감해서 이 표현을 꼭 빌려 쓰고 싶었다. <뷰티 인사이드>라는 제목의 책으로 발간된 적 있어서 냅다 사버렸다. 영화를 좋아한다면 물론 최고겠지만 영화에 그렇게 크게 애착이 없는 사람들은 굳이 살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영화 한 편을 통째로 담아놓은 책이다. 가구점이라는 특별한 소재도 신기하게 느껴져 한동안 가구에 대해서 깊게 찾아봤던 생각도 난다. 이 모든 가구들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그리고 가구 자체에 대해서도 한동안 빠져있었다. 얼굴이 나왔던 배우들이 궁금해 작품을 검색해보기도 했고, 실제로 몇 편의 영화를 보기도 했다. 이 영화 한 편이 내게 미쳤던 영향이 당시에는 너무 커서 영화 하나로 형용하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이 많은 것들을 뒤지고 또 뒤졌다.
이 영화가 얘기하려 했던 게 무엇이었을까, 늘 곰곰이 생각하고 다른 사람의 리뷰를 찾아보곤 한다. 외모지상주의에 얽힌 것들, 내면까지 사랑할 수 있는가, 내가 누구인지 이런 것들이 많이 적혀있었다. 사실, 그 생각에 동감하면서도 어쩐지 이 영화를 너무 단순히 그런 것들로 정의해버리려고 하는 것 같아 조금 심술이 나기도 한다. 사실, '이 영화는 나만 사랑했으면 좋겠어'라는 심통이 아닐까 유치한 마음이다. 영화 자체에서도 '어제의 나는 과연 오늘의 나와 같을까, 변한 건 그가 아니라 내가 아닐까'라는 대사로 관객의 마음을 찢어지게 아프게 만들기도 한다. 우리에게 전달해주려는 메시지를 그대로 내비친다. 가볍게 봤으면 좋겠지만 영화가 끝날 때쯤 이 굵직한 메시지 하나를 곰곰이 씹었으면 좋겠다.
다시 한번 말 해지만, 내 인생영화이기 때문에 나에게는 애착의 포인트가 많다. 깊은 감정선도 좋았고, 탄탄하게 이어지는 내용도 좋았고, 대사 하나하나가 소중하다. 하나, 단순히 '한국형 판타지 로맨스의 한 획'으로 비치는 것과 모든 영화가 그렇듯 호불호가 갈리는 편이라는 게 마음이 아프다. 내게는 극호더라도 누군가에게 극불호일 수 있다는 게 씁쓸하다. 이 영화만큼은 그렇지 않길 바랬는데 하는 욕심이 있었다. 영화 평에서 개연성을 강조하거나, 이치에 맞지 않는 일들이 많았다고 하는데 사실 반박할 수 없어서 약간 분하다. 그래도 대부분 '스토리가 조금 부족해도 한국형 예쁜 영화'로 정리하곤 하니 그 정도로 만족하려고 한다. 조만간에 드라마로 다시 만들어진다고 하니 그때를 기대해보고 싶다.
'사랑해, 오늘의 당신이 어떤 모습이든' , 나는 이 카피 문구를 너무 좋아한다. 비하인드 스토리부터 영화 대사까지 줄줄 외울 수 있을 정도로 이 영화 자체가 너무 좋다. 나는 연애를 가끔 지쳐하는 누군가에게 이 영화를 보라고 하기도 한다. 단순히 연애세포를 살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싶어 하는진 알겠으니 다시 한번 생각해줬으면 하는 마음에 늘 이야기한다. 실제로 보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효과가 몇 번 있었던 걸 보니 확실히 어느 정도 마음에 영향을 주기는 하나보다. 시간이 된다면 한 번쯤 봤으면 하는 영화, 지금 헤매고 있다면 봤으면 하는 영화, 사랑하는 누군가가 너무 그리워서 마음의 해소가 필요하다고 느껴지는 영화, 색감 예쁜 영화, 그냥 사랑하고 싶어 지는 영화. 무슨 핑계를 다 갖다 붙여도 좋으니 당신도 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