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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면 반할 지도]

여지도_회화식 지도 경산현, 대구부

여지도 라는 이름은 고지도에 있어서 일반명사와도 같은 말이 되었다. 수레 여 輿, 땅 지 地 그림 도 圖

지도는 알겠는데 뜬금없이 수레는 무슨 뜻인가. 중국의 고대 세계관에서는 땅은 네모나고 하늘은 둥글다는 천원지방 설이 주류를 이루었다. 이 가운데 전설적인 측면이 가미되면 땅이란 큰 수레가 떠받들고 있는 모습과도 같아 수레라는 말을 땅과 같은 뜻으로 썼다는 설이 있다. 또는 수레 여자 자체가 땅을 상징하는 다른 말이라는 설도 있는데 일견 타당해 보인다.


결국 여지 輿地 라는 말 자체가 국토라는 뜻이 되는 것 같다. 전국지리지인 동국여지승람, 전국지도인 대동여지도에서 이런 사례를 확인할 수 있겠다. 쓰고 보니 지역을 그린 지도나 지리지에서는 예를 들어 대구여지도 대구여지승람 같은 말은 쓰는 것을 거의 보지 못하였다. 여지라는 말은 아마도 국가의 국토 전체를 아우를 때 주로 사용했던 듯하다.


그래서인지 한국의 고지도에는 유독 <여지도> 또는 당연하지만 <지도>라는 제목이 많다. 사실 옛 책의 특징은 진짜 제목이 책의 본문 시작점에 나온다는 것이다. 권수제라 하는데 지도책에는 해당사항이 없기에 표지에 있는 제목인 일명 표제로 제목을 삼는다. 하지만 표지는 낡으면 교체하기 때문에 제목의 변경이 있을 수 있음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여하간 수많은 여지도 가운데 이 지도는 회화식 지도이다, 전국단위 개별지도 모음집 이자 지리지를 결합시킨 지도이다. 책의 문화사 적으로 살펴본다면 일반인, 사대부 가문에서 제작하였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면 좋다.


먼저, 330여 개의 전국 군현의 모습을 확인하는 것 자체가 개인의 범위를 벗어나는 일이며, 둘째, 만일 그러한 정보를 찾는다 해도 일일이 채색을 동일하게 하는 것은 숙련된 화원이 아니고서는 불가능에 가깝다. 품삯을 주어 제작할 수는 있을 것이다. 셋째, 전국의 세금, 논밭크기, 인구, 병사수, 군대배치 정보를 알아야 지리지 정보의 기재가 가능한데 이 정보에 접근한다는 것 자체가 초고위 계급이나 장군 정도 되는 사람이 아니라면 가능하기 어려워 보인다.


마지막으로 가장 현실적인 문제인데, 일반인이 전국지도를 그려서 소장하고 싶을 가능성이 있으나 이러한 복잡한 통계와 인구, 군사배치, 군대수 등을 왜 알아야 하는가에 있다. 일본의 첩자가 아닌 다음에야 이러한 정보는 국가 통치에 사용되는 것이 가장 알맞아 보인다. 따라서 이러한 지도를 왕과 가장 가까운 비변사, 혹은 왕명으로 직접 제작된 것은 이상할 게 없다. 1872년 지방지도만 보아도 왕이 명령했음에도 제작에 꼬박 2년 여가 걸렸고 1899년 광무 3년의 전국지리지는 2년여간 독촉하는 문서가 수시로 보일 지경이다. 왕이 명령해서 제작하는데도 이 지경인데, 일반인 혹은 돈 많은 갑부가 이러한 일을 하기에는 득 보다 실이 많아 보인다. 차라리 김정호의 청구도 대동여지도를 색을 넣어 제작해 달라는 민간 부자들의 요구는 꽤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하간 앞에 소개했던 지도들을 보았다면 비슷한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경산현의 지도가 지리지부분 그리고 대구부의 지도가 지리지 부분이 있다. 여기서 문제 하나.

경산현은 왜 남쪽이 위로 가 있고 글자를 거꾸로 썼으며 대구부는 북쪽이 위로 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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