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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 3.1절 100주년에 즈음하여

그날
나는 태극기를 들었을까

아마도
장을 보는 길이었겠지
날리는 먼지에
봄눈이 녹을 때면
하늘도 인자해 보였으리라

일련의 사람들이
만세를 외치고
품에서 짐켠에
태극을 드러낼 때

내 마음은
떨렸을까
혹은
두려움에
망설였던가

모두가 동화된
그날의 열기는
군중의 함성은

새 날이 이토록
가까운듯 하였으리

허나
어둠은 깊어지고
일상으로의 회귀는
전설처럼 그날을
회상하게 했으리니

수많은 이들은
봄날의 기억을
한 켠에 내린 채
근현대의
급행기차를 타고
그날을 잊어갔제

모두가 승자이던
100 년 전의 이야기
몇몇 위인이 아닌
모두가 주인이었음을

허연 무대 위에
독백도 방백도 아닌
위대한 합창이었음을

그 긴 대사가
훗날 복선을 드리워
세상을 변화시키기고
민중의 모임 속에
늘 함께 했을 것임을

그리하여
그날의 목소리는
촛불이 되고
함성이 되며
움직임으로
인간에 대한 연대로
화했을 것이기에

아직 끝나지 않은
임무 속을
우리는
오롯이 걸어갈 따름

그게 바로
눈을 뜬
오늘이 결코
가볍지 않은 까닭이며

100년 전 그들이
낯설지 않은
이유가 아닐런지

날은 저무는데
갈 길은 멀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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