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147] 노포路鋪
1.
퇴근 후 포장마차에서 소떡과 닭꼬치를 먹던 중, 어느 순간 손의 움직임이 멈췄다. 입안의 소스 맛은 여전했지만, 문득 주변의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휴대전화 화면, 바람 소리, 꼬치 굽는 소리, 사람들의 호칭이 겹쳐 들렸다. 그제야 이 작은 천막 아래에 여러 사람들의 하루가 모여 있다는 사실이 눈에 들어왔다.
2.
저마다 다른 이유로 이곳에 온 사람들이 있었다.
외국인 노동자 두 명이 메뉴판을 가리키며 “이모!”라고 불렀다. 낯선 언어가 섞여 있었지만 주문은 정확했다. 초등학생 아이들이 용돈을 꼭 쥔 손으로 “오뎅 주세요!”라고 외쳤고, 대학생 커플은 자리에 앉으며 역시 “이모!”라고 불렀다.
술기운이 있는 아저씨는 단백질의 중요성을 차분하게 설명했고,
아주머니는 꼬치를 뒤집으며 “네, 알겠어요”라고 가볍게 맞장구를 쳤다. 그 아저씨는 결국 떡볶이 이 인분을 포장해 갔다.
한쪽에서는 후드티를 쓴 중년 남성이 조용히 오뎅을 먹으며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고급 세단을 타고 조용히 온 사내였다.
혼자였지만, 그 모습이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잠시 머물렀다가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는 사람의 정해진 움직임 같았다.
그리고 잠시 뒤, 20톤 트럭이 멈춰 섰다. 기사 아저씨는 빠른 걸음으로 내려 뜨거운 국물을 확인도 없이 들이켰다.
꼬치 몇 개를 연달아 먹고 “다음에 또 올게요!”라고 말한 뒤
그대로 트럭은 다시 어둠 속으로 이동했다.
이곳에서는 학생도, 직장인도, 외국인 노동자도, 트럭 기사도
모두 잠시 같은 시간대의 손님이었다.
3.
포장마차의 주인은 늘 비슷한 속도로 움직였다. 꼬치를 굽고, 국물을 뜨고, 주문을 받고, 계산을 했다.
아주머니는 혼자 있을 때 라디오를 튼다고 했지만
내가 이 집을 다닌 1년 동안 라디오 소리를 들어본 적은 없다.
나는 아주머니의 전화번호는 모른다.
다만 계좌번호만 저장돼 있다.
현금이 모자라 계좌이체를 했던 적이 있어서 자동 저장된 정보일 뿐이다. 그 번호를 볼 때마다 내가 이곳에서 지낸 시간들이 떠오를 뿐이다.
4.
이 포장마차는 여전히 음식을 크게 바꾸지 않는다.
큰 꼬치 1,500원.
떡볶이 3,000원.
배부르게 먹을 수 있고, 부담 없는 가격이다.
동네 아주머니들이 국물만 마시고 가도
이곳에서는 특별한 말이 나오지 않는다.
단순히 저렴하기 때문이 아니라
누구나 편하게 머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5.
나는 이 집의 소스를 좋아한다.
맵고 달고 끈적한 맛이 평범한 소떡과 꼬치를 다른 음식처럼 만든다.
가끔 소스를 조금 더 바르고 싶어 눈치를 봐도
아주머니는 딱히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그 무심함이 오히려 편안했다.
그래서인지 퇴근길에 굳이 이곳까지 돌아오는 날이 있다.
딱히 특별한 이유 없이
익숙한 맛과 익숙한 분위기를 확인하고 싶어서였다.
6.
오늘 저녁, 여러 사람이 스쳐 지나갔다.
학생, 직장인, 외국인 노동자, 취객, 트럭 기사.
이들은 모두 다른 일을 하고 다른 하루를 보냈지만
이곳에서는 그냥 ‘사람’이었다.
아주머니는 누구에게도 태도를 바꾸지 않았다.
“어서 와요.”
그 한마디가 모든 사람을 동일한 손님으로 만들었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제각각의 이유로 오지만
각자 같은 것을 얻어 간다.
따뜻한 음식, 짧은 휴식, 그리고 판단 없이 받아주는 공간.
그래서 아주머니는 ‘사람 부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7.
겨울밤, 포장마차 위로 김이 천천히 올랐다.
떡볶이 냄새, 오뎅 냄새, 그리고 그 사이에서 느껴지는 작은 온기.
이곳에는 음식 외에도
사람들의 체온과 하루의 잔향이 남아 있었다.
정확히 무엇이라 말하기 어려운
‘사람 사는 냄새’ 같은 것이었다.
소스 묻은 손가락을 닦으면서 생각했다.
이 포장마차가 오래 남아 있으면 좋겠다고.
도시가 너무 빠르게 변하더라도
이런 공간이 사라지지 않기를 바랐다.
차가운 바람이 불었지만
몸은 다만 따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