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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 남겨 두다

2020.12.22.

깊게 나려 오는

날숨을 뒤로하고

아저씨는 오늘도

걸어가다

넘어집니다


사람들이

바라보는

환승역에서


떠난 친구가

그리워

마신 술에


제 몸도

이기지 못한 채


스러지기를

서너 번


이내

울리는 막차의

굉음과

그 적막한

역사에


자꾸만

머뭇거리는

까닭은


다시 돌아

들어가는

아파트의

대출과


막내의

깽값 때문은

아니겠지요


하늘을

가만히

바라다보던


그런 날이

있었는데

언제였을까요


아저씨는

인생의 마지막

버킷리스트를

그려봅니다


끝도 안 보이는

타클라마칸 사막에

홀로 걸어가는

작은 꿈을



걷다가

쉬다가

얼다가

타다가


어느 순간

지쳐 후회함에

마지막으로

올려다보며

별 하나와

삶을 나누어도

좋지 않을까


대상의 낙타와

라다크의

무엇이

떠오르다가


지진이 나

흔들리는

이내 몸을 부여잡고

소리를 지르매

지하철 종점의

한기와

청소 소리


내 앞의 토사물과

쓰라린 위산에

하루의 밤을

그리 뒤바꾸었소


종점에는

사람도 아니 오고

그 흔한

택시도 없더니

멍한 채로

바라본 남쪽 하늘엔


눈썹달이 아스라이

떨려오고


금성을 가장한

인공위성만이

대도시 위를

점멸 허는데


부재중 전화는

아내의 육두문자


회귀하는

마음은

슬픔의 이끌림


현관문 앞에서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다


사막을 검색해 보곤

배시시 웃으며

집에 들어와

소파에 눕습니다


아저씨의

밤은 이렇게

깊어가고


눈썹달은

희미해지려는지

아스라이


사막이 다가온다

마음속 깊이

서걱거리는

모래 소리가

들려왔다


바다가 들리다

산이 희미하다

가족애는

이만하면

되었으니


내일은

공원에 앉아

무단결근 하려네


막걸리를

먹을래도

잔을 부딪힐

이들은


광주에

서울에

또 북경에

한 명


허허

허허

그런 거지


다만

지금 여기에

내가 있을 뿐

나에게 황홀을

느끼며 감사할 따름


이것이

바로

아저씨의 밤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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