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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굶찮니 Nov 28. 2022

너는 내 돈줄이니까

노예라 부를게 뭐라고 하든지

예전에 친구가 말했다. 세상에서 제일 쓸데 없는 걱정이 '연예인'걱정이라고. 

생각해보니까 맞는 말 같았다. 누가 누구랑 사귄다니, 이혼을 했다느니, 몇 억을 날렸다니, 이런 기사가 나올 때마다 그는 이렇게 얘기했다. 


"야, 그래도 이미~ 다아~ 벌어 놓을 거 다 벌어 놨어. 우리보단 잘 살아~"


서른에 들어서, 직업 특성상 아이돌 소식에도 귀를 기울이면 좋기에 연예인 관련 뉴스도 찾아보고, 그런 쪽에서 일하는 사람, 취재하는 사람도 알게 되어 깊은 얘길 듣다 보니 걱정은 안 하더라도 측은한 느낌은 많이 들곤 했다. 그 '더러운' 바닥에서는 뜬 인간도 안 뜬 인간도 결국은 정신적인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는 환경이구나 생각이 들었다. 


개그맨 박수홍 씨 사건 때만 해도 중립기어 박아 놓고 있었더랬다. 아니 수년간 몇 억을 해먹도록 몰랐다는 것이 말이 되려나 싶었다. 가족이 가 족같은 가스라이팅을 한 사람을 대상으로 하면서 뽑아 먹은 구조가 드러나자 분노보다도 무섭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멀쩡해보이는 사람도 당하는구나. 이래서 환경이 참 무서워. 스마트해 보이지만, 주변에 도와줄 만한 사람도 여럿 있는데도 당해 온 것은 정신적인 지배가 없다면 불가능할 것이다. 돈도 돈이지만 나는 결혼하려던 상대와 강제적으로 헤어져야 했던 것이 더 마음 아팠다. 


지금은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아주 예전에 일본에 유명한 연예인이 사이비 종교를 믿는 단 한 사람에 의해 철저하게 정신지배를 당해 인생을 말아먹은 사건을 본 적이 있다. 주변인들을 다 차단시키고 오로지 자신만을 믿게 만드는 그 치밀함이 무섭다. 박수홍 씨의 경우는 집단 린치에 가깝지만 굳이 여럿이 안 해도 사람이라고 하는 작자가 정말 이악물고 못된 마음 먹으면 혼자라도 이런 짓이 가능하다는 게 놀랍지 않은가.


선입견이라는 것이 또 무섭다. 정말 아무 문제 없을 것 같고, 잘 살 것 같고, 그런 거 안 당하고 살 것 같은데 누구보다도 인생을 유린당하고 살고 있다는 것이. 마치 '보이스피싱은 누구라도 당할 수 있어요.'라든지, '똑똑한 사람들도 사이비에 빠지곤 해요.' 같은 느낌이다. 현실과 동떨어진 얘기 같아도 새삼 가까운 데에서 일어나고 있다. 


그렇게 최근 이슈가 되는 것이 츄 씨와 이승기 씨다. 아니 승기형! 진짜 '허당'이었어? 캐릭터가 아니고? 아직 기사가 나오는 중이지만 나오는 얘기만 봐서는 이것도 단순한 사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가스라이팅 당하며 짓밟혀왔던 것이 아닌가 싶다. 의혹이 올라오기도 전에 못박아 말하고, 윽박지르고, 원천적으로 봉쇄하면서 일거리 던져주고 바쁘고 정신없게 만들었던 것 같다. 티비 잘 안 보는 사람들도, 심지어 우리 할머니도 츄랑 이승기는 알 정도로 활동이 왕성했던 사람들이라 더 그렇다. 츄 씨는 모함마저 당한 모양이다. 스태프에게 갑질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쫓아낸다더라. 소속사 입장문에서 회사 차원에서 자정한다는 느낌으로 소속 연예인의 과오를 대놓고 드러내면서 쫓아내는 경우는 거의 못 본 것 같다. 잘못해도 실드치는 경우는 많이 봤어도. 그래서 참 아이러니하기도 하고 냄새가 구리다고 느낀다. 요즘 하도 '갑질, 갑질'하니까 여론몰이 잘 되겠다 싶었나 보다. 실제로 적지 않은 연예인들이 갑질, 음주운전, 마약 등으로 실망감을 주는 요 몇 해였으니.


대부분의 연예인들이 어린 나이에 대뷔를 하기에 그 좁디 좁은 사회 관계망 안에서 한정된 시야만 보며 큰다고 들었다. 사회 생활이래 봤자 고등학교까지의 학창시절인데 이마저도 빠지는 경우가 많고, 회사 사람들이나 엔터 사람들, 방송계 사람들이다보니 일반인의 관점에서는 아주 특이한 관계망이 형성되고, 그중에 빌런이 끼면 인생이 참 더 암울해진다고 한다. 누구보다도 넓은 세계에서 주목받는 사람들인데, 본인들은 장님처럼 아무것도 못 본 채로 잠깐 몇 년 반짝이다 은퇴해버린다. 아주아주 모뗀 사람들에게는 좋은 먹잇감이겠다. 


'스스로 일어난다는 것'이 그렇게도 힘든가 싶다가도 그럴 수밖에 없는 세상에 사는 사람들에게 연민을 느낀다. '그것'을 못 배운 채로 버려진다니. 그래서 정말 순수한 마음에 나는 최근 들어 그 쓸데 없는 연예인 걱정을 조금씩 하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위에 언급한 모든 연예인들은 스스로 잘 일어날 거라 믿는다. 셋 다 긍정 에너지의 아이콘이니까. 그래야 나도 웃는 일이 더 늘어날 테니까.


이상 코인노래방에서 이승기 노래를 연습해야겠다고 한 이유이다. 일 잘 풀리면 음원 수익도 고스란히 갈 테니. 잘 받고, 시원하게 새 앨범이나 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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