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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굶찮니 Nov 29. 2022

의외로 '태국'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것들

사실 몰라도 상관없음

이번 글은 태국에 대해 '아는 척'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위해 준비했다. 

정보글이라 유익하겠지만 의도가 유익하지 않은 글이다. 몇 가지 안 되므로 잘 숙지하고 태국에 여행을 가게 되면 동행자들에게 인기와 이쁨을 받을지 안 받을지는 본인하기 나름.




1. "열라뽕따이"는 어느 나라 말이에용?


유명한 것부터. 사실 나도 은연 중에 '아, 이런 유행어가 있었지!' 싶은 말이다. 예전에 개콘에서 무에타이 캐릭터로 사랑 받은 개그맨이 만든 유행어로 기억하는데 사실 어느 나라 말인지도 모를 말이다. 옹박 영화에서 나온 대사라고 하는 주장도 있는데 다시 본 적은 없어서 잘 모르겠다. 

뭔가 박력있게 발차기를 하면서 외친 말 같은데, 굳이 연결점을 찾자면 '따이'라는 말은 실제로 있다. 동사로 '죽다'라는 뜻이 있기 때문에 뭔가 위협할 때나 화가 났을 때 쓸 수는 있겠다. '열라뽕'은 그냥 만든 말 같다. '열라'는 우리도 흔히 쓰는 비속어 'John 나'의 변형 유행어인 '열라, 욜라' 등이 원형일 듯싶다. '뽕'은 그냥 싼티나는 추임새인 것 같고. 사실 이 자체를 불편해하는 사람도 더러 있을 것 같다. 나도 그런 생각이 들었던 적도 있었다. 괜히 비하하는 느낌들기도 하고. 중국으로 치면 짱개, 일본으로 치면 쪽바리 쯤 되는 비아냥으로 쓰이려나. 요즘은 쓰는 사람을 거의 못 봤다. 너무 불편해하지 말고 한 때의 유행어쯤으로 추억하는 것이 좋겠따이.

개그콘서트에서 열라뽕따이 캐릭터를 구축한 조지훈 코미디언. 개그는 개그일 뿐 진지빨지 말자. [사진출처: 스포츠코리아]




2. "코쿤캅"은 "저는 코드쿤스트입니다."라는 뜻입니다. ???


사실 언어 모른다고 비아냥거릴 목적으로 추가한 것은 아니다. 나도 태국어 1도 모르니까. 틀려도 자신있게 말하고 뜻을 통하는 것이 의사소통의 본질이니까. 내가 좀 어질어질해하는 부류가 영어 못 한다고 눈살을

찌푸리거나, 순전히 허세용으로 영어를 섞어쓰는 발음충들이다. 나는 후자에 가깝

매체에서 너무 흔하게 틀리길래 정말 한 번쯤은 다뤄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코쿤캅"하고 말해도 대충 다 알아듣는다. 우리나라에서 외국인들이 어설프게 고맙다고 하는 것을 보면 귀여움을 느끼는 정도일까.


"외국 총각, 잘 놀다가!"

"th앵 큐. 카서하뭄다."

"응? 가서 뭘 해?"


가장 원래 단어와 가까운 음은 컵쿤캅(ขอบคุณครับ)일 것이다. 컵(ขอบ)은 '감사'를 뜻하고 쿤(คุณ)은 '당신, 너'의 뜻을 나타내는 2인칭 대명사다. 캅(원래는 크랍인데, 아나운서가 아닌 이상 태국 분들도 '캅'이라고 발음하는 것 같음)은 '네'라는 뜻으로도 사용하고 우리나라말에 어미처럼 말 끝에 와서 존댓말임을 표할 때 사용한다. 남성의 경우가 '캅'이고 여성의 경우가 '카'인 것은 이미 다들 잘 아니까 뭐. 


스타크래프트 저그 종족의 비행 유닛 알 '코쿤(Cocoon)' 적군 입장에서는 전혀 감사하지 않다.




3. 땡모반은 개나리반 진달래반과 무슨 관계인가?


태국에서 첫 번째 긴 방학을 맞이해 돌아왔을 때 한국도 태국 음식 열풍이 불어왔다. 우리 동네에도 태국 음식점이 하나 둘 생기기 시작했고 길거리 입간판에 수박주스 광고가 붙었는데 땡모'반'이라고 되어 있어서 처음에는 내가 틀린 것인가 싶었다. 아마 추측하건대 알 수 없는 음운론적인 규칙이 작용하여 한국인 언어 관습으로는 '땡모' 다음에 된소리 [ㅃ] 소리가 오는 것이 어색해서 그냥 예사소리 [ㅂ]으로 발음하는 오류를 범했다는 뻘소리는 나만 했다. 모르겠다. 나도 왜 '반'으로 발음되는지.


나도 궁금해서 궁금해서 빤(ปั่น)을 사전에 검색해 봤다. 나도 알아야 쓰지. 

필시 '얼음을 갈다', '슬러시'등의 뜻이 담겨져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회전하다', '회전시키다'라는 뜻이란다. 회전... 아! 믹서기! 그러고보니 믹서에 얼음 넣고 돌리는 음료는 보통 '빤'이라는 단어가 들어가곤 했다.

아무튼 땡모빤인데, 편한대로 부르도록 하자. 




4. 태국에서는 두 손을 모아서 인사한다고 하던데, 나도 태국가면 GD?


그건 GD만의 습관인 것 같다. 내가 그 인사 방법(와이, ไหว้)을 많이 해 봤는데 전혀 힙하지 않았다.


두 손을 모아서 엄지 부분을 턱 끝이나 입술 높이로 올린 다음 살짝 몸을 굽히는 방법인데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서 높이가 달라진다고 한다. 태국 분들도 이 기준에 대해서 아주 조금씩 달리 설명해주시던데, 대략 세 등급 정도로 나눈다고 이해했다. 


우선, 나보다 잣밥 아니, 나이가 어리거나 동등한 경우에는 와이 자체를 안 한다. 나이나 지위가 높으면 그때부터 와이를 시전해야 하는데 상대보다 재빠르게 손을 올려야 한다. 군대에서 선임을 보고 먼저 경례 박아야 바람직한 멋있는 사나이가 되는 이치와 같다고 보면 된다. 찌발.


턱끝은 안 친하거나 애매할 때도 쓰고, 나보다 높을 때도 쓴다. 그리고 손윗사람은 받을 때 같은 높이로 해 주거나 턱끝보다 살짝 아래에 하는 경우도 있고, 목례로 턴 넘기기를 시전할 때도 있다. 


엄지 위치를 코 위로 하는 경우는 조금 드문데, 어떤 곳의 수장이나 부모님, 선생님에게 정식으로 예를 갖출 때 높이를 조금 더 드는 경우다. 나는 스승의 날 행사 때 애들이 평소보다 2cm 더 들어올리는 와이를 눈치채고는 뻘쭘했다. 얘들아, 거리 느껴져...


뉴스에서 왕족 관련 뉴스 나올 때 가끔 보는 장면인데, 엄지 위치를 이마 정도까지 잔뜩 끌어올리는 경우다. 이것으 왕족이나 신에게 인사를 할 때 해당한다고 한다. 엄.근.진.으로 존경을 표할 때 몸을 부르르 떨면서 시전해야 효과가 좋다. 


(설명에 다소의 과장이 들어감)


와이 남발은 금물이지만 와이로 인사를 받으면 반드시 받아주자. 미소와 함께. [사진출처: 다락원 블로그]



아무튼 이 '와이'가 많이 쓰이는 것은 맞는데 너무 남발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쓰게 되면 상대방은 맞'와이'를 시전해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부담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 

처음 태국에 왔을 때 학생에게 했다가 학생이 호다닥 놀래 자빠지면서 하지 말라고 했던 것이 기억나고, 평범하게 밥먹으러 갔다가 평소하던 와이를 했다가 아주머니가 맞와이 하고 나서 굉장히 번거로워했던 것을 본 기억이 있다.(아주머니는 상당히 바쁜 상태였다.)


와이는 상당히 예의를 갖춘 인사인데, 이것을 꺼내들었다는 것은 '나는 당신을 아주 격식있고 예의를 차려서 대할 것입니다'라는 것이기 때문에 격식을 차려야 하는 경우가 아니면 안 쓰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럽다. 


마지막으로, 와이를 써야 하는 경우와 안 써야 자연스러운 경우를 정리해보았다.  


→와이를 써야 하는 경우

 - 나는 이 회사(학교)에 신입이. 회사 내 사람들과 처음 인사할 때

 - 뭔가 암만 생각해도 고마워 미칠 때 "컵쿤 막 캅/카"를 외치며 시전.

 - 딱 봐도 나이 많은 사람에게(관광 상황에서 상점/식당 제외) 

 - 상대방이 와이를 시전했을 때 '맞와이'반격, 손아랫사람일 경우 목례라도 해라.

 - 스님과 조우했을 때(대화를 해야하는 상황일 때만) 

 - 극악의 확률로 왕족과 만났을 때(외국인 마인드로 손을 흔들지 아니면 손을 모을지 분기점)


→와이를 쓰면 오히려 별로인 경우

 - 관광갔다. '맞와이' 시전 빼고는 대부분 안 써도 괜찮음.

 - 손아랫사람, 점원에게 선 '와이' 시전은 오히려 부담스러워 함. 

 - 격 없이 친해지고 싶은데 와이하면 갑분싸. (친구 만들기, 썸 타기 등등)

 

읽어보면 알겠지만, 가볍게 놀러 간 거면 안 써도 상관없다. 상대가 먼저 와이할 때만 받아주자. 여러분들이 놀러가서 점원이 아닌 손윗사람을 만날 확률은 많지 않다. 




5. 태국 사람들은 까맣다고? 내가 더 까만데?


그래서 참 우울했다. '동남아 사람들이 보통 까무잡잡하다'고 하는 인종차별주의적 성급한 일반화 개쌉소리는 도대체 어떤 자식이 했는지 모르겠다. 꿀밤 마렵다. 

나는 피부가 까만 편인데, 이러한 선입견이 나를 방심하게 만들었고.

나는 지내면서 나보다 하얀 사람을 하늘의 별만큼 만나게 된다. 어떤 애들은 나보다도 더 한국사람처럼 생겼다. 역사적으로 많은 전쟁이 있었던 태국은 지리적으로 점이지대에 위치해 있어서 여러 인종이 섞여들어갔다고 한다. 어떤 사람은 인도 쪽의 생김새가 강하고, 어떤 사람은 말레이족 특유의 생김새가 짙은 사람도 있다. 또 어떤 사람은 중국인인지 한국인지 모를 생김새를 지니고 있다. 아무튼 정말 다양하다. 태국 자체에 외국인들도 많기 때문에 실제로 입을 열기 전까지는 어느 나라 사람인지 모르는 경우도 종종 있다. 


피부가 까만 것이 죄는 아니지만 난 개인적으로 자격지심이 있어서 그런지 더욱 우울했다. 옌장. 




4번 항목에서 뇌절하고 분량 조절을 실패했으니, 기회되면 2부로 써 먹어야겠다.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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