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급하면 놓친다
솔직히, 내가 참을성이 많은 채로 태어난 것인지, 엄한 가정환경에서 참을성이 만들어진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그래도 사료 앞에서 침을 질질 흘리며 '기다려!'만 듣고 있는 불쌍한 리트리버처럼 안달복달하는 성격은 아니다. 나는 오히려 기다리라고 하면 다른 소일거리를 하며 기다리는 편이다. 왠지 그 앞에서 먹이만 기다리고 있으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있을 때는 영락없는 사료 앞에 리트리버가 되어 버린다. 길게 늘어진 턱밑으로 침이 질질 흐르는, 비유하자면 나는 그런 상태가 되어버린 걸지도 모른다.
한국인의 '빨리빨리 근성'이라는 잘 차려진 일반화에 올라타서 이 부끄러운 자신을 숨기고 싶지만, 뭐... 진짜로 참을성이 없을 때가 종종 있다.
나는 이런 때를 '좋은 타이밍'이라고 착각하는 모양이다. 놓치면 안 되는 어떤 것. "그것이 바로 지금이야! 지금이 아니면 안 돼! 움직여 멍충아!"라고 내 조급함을 정당화시키는 것 같다.
친구들과 자주했던 FPS 게임에도 자주 그랬다. 적이 올 만한 곳에 기다리기, 소위 '캠핑' 플레이가 내게는 너무나도 안 맞았다.
기다리기는 한다. 너무 빨리 나가서 헤드 맞고 죽으니까 문제지.
연애도 그랬다. 연애에 실패한 경우에는 대개 내 멋대로 고백각도 아니면서 혼자서 착각해서 일을 그르친 것이었지만, 또 언젠가는 너무 성급하게 고백했다 차인 경우도 있었다. 아 미련한 것아.
그렇기에 항상 기다림이 중요한 것 같다. 맹수들은 단 한 번의 폭발적인 힘을 이용하여 먹이를 잡는다. 그렇기에 수 분에서 길게는 몇 시간까지 기다리기도 한다. 그것을 놓치면 또 며칠을 굶어야 할지도 모르니까 진득하지 않으면 살아남기가 힘들다.
어쩌면 이 절호의 기회를 잡아 성공한다는 것은 마치 모기를 잡는 것과 같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다. 모기는 신체 구조상 다른 곤충에 비해 4배는 빨리 비행한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가벼워서 그런지는 몰라도 섣불리 두 손으로 탁! 하고 치면 오히려 그 찰나의 기류에 휭하고 손과 손사이를 유유히 빠져나간다. 벽에 붙을 때까지 기다리거나 두 손 거리를 최대한 좁힌다음 잡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한 마리를 잡고 자면 15분쯤 뒤에 또 한 마리가 엥~ 거리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기회. 기회다 싶어서 이런 글을 또 쓰고 만다. 오늘 새벽에 또 늦모기 때문에 잠을 설쳤기 때문이다. 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