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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굶찮니 Sep 23. 2022

분명 외국 카페인데 한국 노래 나와요. 국뽕각?

낯선 땅에서의 K-POP

간만에 태국 땅을 밟은 지 7일차.

위치도 외국이고, 손님 구성도 외국이고, 다 외국인데 노래만 한국 노래가 흘러 나온다. 

이 집은 예전부터 그랬다. 특이한 것은 고즈넉한 카페 분위기와 맞게 고즈넉한 인디 음악이 흘러나온다는 것이다. 

한국 노래인데, 인디 음악? 


추측컨대 아마 태국어로 대충 '분위기 있는 한국 노래'라고 검색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2시간, 3시간짜리 유튜브를 틀어 놓은 것이리라. 하지만 처음 접하면 뭔가 얼떨떨하다. 나는 분명 외국에 나와 있는데 홍대 구석진 카페에서 틀어 놓을 법한 노래가 아무렇지 않게 흘러나오다니. 아이돌 음악 트랙도 아니거니와. 


나같이 여행와서 이곳저곳 카페 위주로 들쑤시는 인간들이라면 이런 경험이 낯설지는 않을 수도 있겠다. 사실 내가 무지해서 '인디 음악'이라고 말했지만 유명한 노래 중에서 조용조용한 노래를 틀어 놓은 것이다. 잘 들어보면 딘, 크러쉬 등의 보컬리스트가 부르는 감미로운 음악 종류가 흘러나오는 것이다. 아이돌 그룹 노래만 인지도가 높고 이런 류의 노래는 국내에서만 인기가 있을 줄 알았던 나의 생각이 틀렸다. 


실제로 가르쳤던 제자들의 인스타 스토리를 염탐해보면 유명한 친구들말고도 꽤 마이너한 아이돌이나, 아이돌이라고 보기에는 어려운 다른 장르의 아티스트들, 힙합 아티스트들을 팔로우하는 친구들도 꽤나 있었다. 낙수효과인지 어떤지는 몰라도 이제 K-POP의 팬층이 아이돌 가수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다른 장르의 가수들에게도 스펙트럼이 분산되어 있다는 것은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사실 가끔 얘기를 하면서 '선생님, 이 가수를 알아요?'하면서 사진들 들이밀 때 내가 잘 모르는 가수가 나온 것이 이미 한두 번이 아니다. 


'ㄴ...네! 다.. 당연히 알지요.(처음 봄)"


어느 영상과 기사를 보니 요즘은 이른 바 '4세대 아이돌'이 강세라고 한다. 상대적으로 조금 일찍 데뷔한 있지(ITZY)부터 시작해서 아이브(IVE), 뉴진스(Newjeans), 엔하이픈(ENHYPEN) 등이 있겠다. 아이돌에 대해 쥐뿔도 모르지만 확실히 비주얼과 안무의 단계가 날이 갈수록 진화된다는 것은 체감이 된다. 가끔 시대 흐름을 읽기 위해 뮤직비디오를 한번씩 보곤 하는데, 영상미를 비롯해서 '압도된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예전에 아이돌들도 대단했지만 그때 느꼈던 '예쁘다, 멋있다'의 느낌이 아니었다. 어르신들이 '딴따라'라고 비하하며 말했던 그 옛날의 예능인의 개념을 넘어서서 요즘 기획사들은 '우상'을 넘어 하나의 '신들'을 창조하는 게 아닐까 싶었다. 아, 이래서 다들 아이돌에 입덕을 하는구나. 


태국에도 이 신흥 강자 내지는 신흥 '신'들이 강림하고 있는 것 같다. 어제 나랑 같이 놀아준 태국인 친구의 차에서는 뉴진스 음악이 앨범 채로 몇 분 내내 재생되고 있었다. 아직은 인지도, 인기도 부동의 1위는 블랙핑크, GOT7 라인이겠지만 언제 바뀌어도 이상하지 않을 것만 같다. 


나같은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알기 싫어도 어쩔 수 없이 알게 되는 것이 아이돌 그룹이다. 학생들이 한국어 수업에 유입되는 경로의 대부분이 K-POP이기에 이제는 거의 습관적으로 신곡을 들어보고 새로운 아이돌에 대해서 찾아보기도 한다. 아이들은 한국 문화를 설명할 때 졸다가도 BTS 정국이 이랬다더라고 말하는 순간 눈빛이 반짝이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에서 내가 가르쳤던 제자들도 한국어 공부의 첫 시작은 아이돌이었지만 요즘은 살기 위해 한국어를 사용하기에 예전의 팬심이 시들해진 친구들이 생긴 것 또한 사실이다. 요 며칠 태국에 와 제자들을 만나고 있는데 역시 좋아하는 것은 업으로 삼으면 안 되는 것 같다. 그래도 그들의 사무실에는 한국 노래가 여전히 쏟아져내리고 있다. 


국뽕러가 아니더라도 문화적으로 한국의 위상이 점점 올라가는 것을 다들 체감하고 있을 것이다. 실로 감사한 일이다. 내 개인적으로는 한국어 수요를 증진시켜주니까 당분간 먹고 살 직장이 사라질 일은 없겠다는 측면에서 감사할 따름이다. 여전히 나의 주적은 AI 번역기이지만, 지금은 태국에 나와 있어 그의 도움을 톡톡히 받고 있으니 휴전 상태로 지낼까 한다. 고마워요 파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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