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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굶찮니 Sep 23. 2022

전업 작가로 산다는 것은

물론 나는 아님 내 친구임

나는 전업작가를 꿈꿨다. 

뭐... 글을 쓰고 있는 이 시점에서는 백수 상태니까 한시적 전업작가는 맞지만 돈 주는 곳은 없다. 씨...입.

이런 나보다 먼저 전업작가의 험난한 아수라의 길을 걷게 된 친구가 있는데 오늘은 그 친구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웹툰을 준비하는 나의 알친구(여러분이 생각하는 화이어... 그 단어 맞다)는 본업을 때려치우고 몇 달 전부터 전업 그림쟁이가 되었다. 중학교 시절 그는 '원피스'의 오다 에이이치로 작가의 추종자였다. 그만큼 좋아했다라기 보다는 그냥 집에 원피스 책이 양말 벗어 던져놓은 듯 널부러져 있었고, 그리는 그림마다 오다 풍의 그림체였기 때문에 이리 표현한 것이다. 이른 바, 오다 주니어.


그는 중학교 시절 나름의 스토리를 짜서 반아이들을 하나하나 캐릭터 화해서 그려주고 우리는 그걸 낄낄대며 재미있게 보곤 했다. 무슨 장르를 그려도 루피와 나미, 조로, 상디가 겹쳐보이는 것이 참 안타까울 따름이었지만 그 시절 우리는 신경쓰지 않았다. 그 만화에 내가 나오는 것만으로도 마치 특별 대우를 받는 느낌이었으니까. 


그는 진지하게 만화고를 생각했었지만 장래를 걱정하시는 부모님의 만류로 평범하게 동네 고등학교를 진학하고 평범하게 직장생활을 했다. 그러다 어느 날 둘은 일본으로 여행을 가게 되었는데, 나는 그 친구에게 일본 쇼오넨(少年)만화에 나올 법한 끔찍한 대사를 퍼붓게 된다. 


밤 11시의 항구도시에서 술에 얼큰하게 취한 이십대 후반 아재 둘이서 대화를 잇다가, 그는 뒤늦게라도 그림을 그려도 되는지 고민했다. 그래서 내가,


"아직 늦지 않았으니까 지금 일단 해 보고 안 되면 나중에 때려치지 그래?"


그 이후로 그는 주섬주섬 타블렛과 새 컴퓨터를 주섬주섬 사기 시작하더니 개인 연재도 하고 나와 웹툰 공모전도 준비하다가 결국에는 회사를 나오고 웹툰 회사에 취직하기에 이른다. 본업을 때려치울 때 해맑게 웃던 그의 모습이 아직도 생경하다. 


"진짜 제대로 해보려고!"

"일은?"

"때려쳤지!"

"시... 시바? 뭐?"


개쫄보인 나로서는 안정적인 직장을 때려친다는 것이 불나방처럼 보이기만 했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등떠민 장본인이 다름 아닌 나라는 것이 참 모순되어, 뭐라 말도 못하고 지금까지 응원 버프를 보내고 있다. 


다만, 다행이라 여기는 것은, 그는 확실히 재능이 있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액션이 들어간 시놉시스를 주면 얼굴은 예쁘장한데 뻗뻗한 대나무가 콩콩이처럼 튀어나가듯이 그렸던, 액션씬 고자였던 그가 요즘은 꽤나 역동적인 장면도 잘 소화하는 베테랑으로 거듭나고 있다는 것이다. 친구로서, 동업자로서 잘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그래야 내가 빨대를 꽂을 수 있으니까. 


요즘은 웹툰 회사에 들어가 선화 작가로 일하면서 선 따고, 선 따고, 선 딴다고 한다. 대표나 다른 협업 작가와도 투닥거리다가 현타오면 또 묵묵히 작업하고. 그는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그림을 싼다'라고 표현한다. "오, 나도 마침 요즘 부쩍 글을 싸고 있는데! 역시 우리는 동류구나!"


사실 나 포함 그에 대한 주변인들의 반응이 한결같다. 하고 싶은 것을 업으로 삼을 용기가 참 대단하고 부럽다. 자신은 결혼을 해서, 돈이 없어서, 부모님 때문에, 애인 때문에 회사에 계속 다닐 수밖에 없다고. 그런 면에서 그는 불나방이 아니라 불사조가 되어야만 할 것이다. 페이도 적고 밤낮없이 일하는 극한직업이지만 지옥에서 이 악물고 개같이 부활하는 불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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