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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굶찮니 Sep 24. 2022

가게가 있었는데 없어요

COVID-19가 휩쓸고 간 치앙마이

2년 만에 치앙마이의 풍경이 낯설었던 것은 모습이 크게 바뀌어서가 아니다. 

여자친구가 외출 전에 옷을 바꿔입으면서

"오빠 이건 어때?"하면서 물어봐도 이쁠 때는 뭘 입어도 예쁜 여자친구인 것처럼(미울 때는 뭘 입어도)

신호등이 새 걸로 바뀌고, 유턴 안 되는 곳이 많아지고 교통체증 여전해도 치앙마이는 치앙마이다. 

차가 하도 막혀서 빡쳐서 이렇게 쓴 건 결코 아니다. 


아무튼 치앙마이가 바뀌었다고 생각되는 것 중에 하나는 물가였다. 

그랩 택시로 같은 구간에 70밧 하던 곳을 지금은 80~90이 찍히니 환장할 노릇이었다. 환율 버프로 '그래도 태국이니까~ 여행왔으니까~'라고 생각했다가 비새듯 줄줄 돈이 새어나가는 곳이 치앙마이인 것 같다. 끄룽텝은 그래도 '비싸다'라는 인식이 있어서 바짝 긴장하고 쓰니까 돈 새는 것을 어느 정도 막지만, 치앙마이 오는 사람들 대부분은 '여유'를 느끼러 오기 때문에 대뇌 전두엽까지 여유로 박아버리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무슨 약이라도 한듯 헬렐레 하면서 지갑이 털리고 마는 것이다. 헐 이렇게나 많이 썼다고? 미친!


그리고 참 안타까운 것이 '아는 가게'가 많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여기서 근무하던 시절 매일같이 드나들던 카페는 다행이 없어지지는 않았지만 전면 리뉴얼하여 예전 모습을 찾기 힘들었다. 커피맛은 그냥저냥 비슷했지만 맞은편 맨션과 연계하여 음식도 시킬 수 있었는데, 지금은 음식은 안 판다고 해서 큰 충격이었다. 한번 늘어지게 앉아서 150밧 정도로 커피와 음식하나 시키고 하루종일 개길 수 있었던 곳이었는데 아쉬웠다. 진짜로 하루종일 있게 된다면 중간에 커피를 자발적으로 시켰었으니 혹시나 과거의 나에게 불편함을 느낀다면 욕을 멈추길 바란다. 


산티탐에 머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족발국수'집을 아마 기억할지도 모르겠다. 어떤 한인분이 메뉴판에 한국어로 친절하게 설명을 써 붙여 놓아서 메뉴의 선택 폭을 좁혀주었지만, 결국에는 전 메뉴가 다 골고루 맛있었던 혜자 맛집이었다. 가격도 45~50밧 사이로 참 아담하고 착했는데 폐업을 했다는 것은 충격이었다. 여기도 매일같이 들러서 늦은 점심을 해결했던 곳이었는데....... 주인 아주머니가 중국에서 오신 분이라 볶음밥도 참 괜찮게 했었는데 아쉬울 따름이다. 


아마 가장 큰 사건은 나름 대형 쇼핑몰인 '깟수언깨우(กาดสวนแก้ว)'와 '프로메나다 쇼핑몰(พรอมเมนาดา)'가 없어졌다는 점일 것이다. 듣기로는 다른 곳에서 매입을 할 거라는 얘기가 있던데 정확히 왜 없어졌는지는 모르겠다. 사실 깟수언깨우는 내가 처음 태국에 도착했을 때도 내부에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마치 없어지기 직전 신촌 다주쇼핑센터를 보는 느낌이었다. 언젠가는 리뉴얼되거나 없어지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막상 없어지니 그 거리 전체가 저녁에 사람이 싹 사라져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주변 가게들도 문을 닫을 정도로 그동안 그래도 영향력은 있었나 싶다. 제일 아쉬운 건 여기 2층의 할머니 쭘쌥인데, 없어진 김에 더 이상 장사할 생각은 없으시다고 한다. 아쉽...


한식당은 강자들은 여전히 살아남은 듯하다. 한 달 동안 한식당에는 자주 들를 예정은 아니지만 자주 가던 거리를 지날 때면 "어? 여기 있던 식당 없어졌네?"하고 알아차리게 된다. 뭐... 한식당에 대해서는 기회가 되면 더 다루고 싶지만 여기까지 하겠다.  


떠나기 직전에 비해서는 여행객들이 하나둘 찾아오는 거리이다. 마치 상처가 깊이 패인 곳에 새살이 스며드는 모습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는 느낌이 크다. 나는 여행객으로 왔지만 마냥 여행객의 느낌이 드는 것도 아니어서 이번 여정이 참 애매하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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