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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굶찮니 Nov 27. 2023

[번역애매함 2탄] 마이뺀라이 카

진짜 괜찮은거임?

마이뺀라이 카/크랍

ไม่เป็นไร ค่ะ/ครับ


태국에서 만약 한 달 살기를 한다면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다음으로 가장 많이 듣게 되는 말이 아닐까 싶다. 나는 태국에 장기간 있으면서 이 말을 여러 형태 버전으로 들어봤다. 사실 명확한 뜻으로 번역이 되니까 2탄에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다양한 상황에서 쓰기 때문에 재미로 넣어봤다. 


기본적인 뜻은 "괜찮아요."에 가깝다. 직역을 해 보면 

 ไม่           เป็น         ไร

아니        이다       나쁜

'나쁜 것이 아니다, 나쁘지 않다' 정도일 것 같다. 그러니까 이미 생긴 상황을 보고 품평하는 느낌인데 뭐 딥하게 들어가지 말자. "괜찮아요."라는 뜻으로 명확하게 번역되니까.


그런데 이 말은 '나쁘지 않다.'라는 뜻으로 쓸 때는 많지 않은 것 같다. 그러니까 "So, so."의 느낌으로말이다. 우리말 "괜찮아요."가 '아주 최상으로 좋지는 않지만 적어도 그지같지는 않으니 대충 이걸로 퉁치자'는 느낌으로 쓰지 않는가. 


태국어 '마이뺀라이'는 보통 거절할 때와 감사 인사를 받을 때 많이 쓰는 것 같다. 


- 뭔가 고마움을 받았을 때 가볍게 인사하는 상황 

A: 고마워요. 

B: 마이뺀라이 카~


- 호의를 베풀 때 거절하는 상황

A: 이거 받아요. 선물을 준비했어요. 

B: 마이뺀라이 카~

A: 아니에요. 받으세요.

B: 마이뺀라이 카. 끄랭짜이 카. ('끄랭짜이'가 뭔지 모르겠다면 이 시리즈 1탄을 보도록 하자.)


이렇게 호의를 거절할 때는 끄랭짜이와 같이 콤보를 쓰기도 한다. 


하지만 마이뺀라이의 진가는 '사과를 받아칠 때'인 것 같다. 태국은 '미소의 나라'라는 말을 들어 봤는지 모르겠다. 인사를 할 때 미소를 짓는 것 뿐만 아니라, 태국 사람들은 말할 때 큰소리를 내는 것을 싫어하고(물론 술 취했을 때와 싸울 때는 예외임) 화내는 것을 싫어한다. 정말 그렇다. 태국 사람은 웬만해서는 '정색+고함'으로 화를 내지 않는다. 비율적으로 보면 한국 사람들은 저 스킬을 패시브로 탑재해서 자유자재로 쓰는 반면, 태국 사람들은 일단 웃고 본다. 비웃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좋게 풀어보자는 마인드이다. 서로 얼굴 붉히며 논쟁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태국에서 아시아인을 발견한다면 아주 높은 확률로 작은 소리로 웃고 있는 사람은 태국인, 뭔지 모르겠는데 큰소리를 내면서 해피해피한 사람들은 중국인, 언제 왔다갔는지도 모르는 닌자 그자체인 사람들은 일본인, 짜증이 있는 어노잉 오렌지들은 한국인인 경우가 많다. 그렇다, 웃자고 한 개소리다. 하지만 나는 실제로 자주 봤지롱.


그런 태국 사람이 입은 웃지만 눈은 웃지 않고 마이뺀라이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에는 그 태국 사람과 관계는 끊어졌다고 생각하는 것이 마음 편하다. 아니면 다시 회복하는 데에 시간이 참 많이 걸릴지도 모른다. 태국 분들은 무례한 것을 싫어한다. 흔히들 실수하는 게 술 한번 같이 먹었거나, 며칠 친해졌다고 소위 '깐부'처럼 많은 걸 요구하거나 서비스를 바라는 여행객 혹은 거주민들이 있는데 그러다가는 어느샌가 연락이 끊기는 상황을 보게 될 것이다. 호의가 계속 되지도 않았는데 권리부터 찾으면 안 되겠다. 



KBS 2 '개는 훌륭하다', 인사이트 네이버 블로그에서 재인용


물론 강 훈련사님처럼 정색하면서 "마이뺀라이이이!"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뭐, 있을 수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딥빡정색은 거의 안 보여주니까.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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