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괜찮은거임?
마이뺀라이 카/크랍
ไม่เป็นไร ค่ะ/ครับ
태국에서 만약 한 달 살기를 한다면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다음으로 가장 많이 듣게 되는 말이 아닐까 싶다. 나는 태국에 장기간 있으면서 이 말을 여러 형태 버전으로 들어봤다. 사실 명확한 뜻으로 번역이 되니까 2탄에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다양한 상황에서 쓰기 때문에 재미로 넣어봤다.
기본적인 뜻은 "괜찮아요."에 가깝다. 직역을 해 보면
ไม่ เป็น ไร
아니 이다 나쁜
'나쁜 것이 아니다, 나쁘지 않다' 정도일 것 같다. 그러니까 이미 생긴 상황을 보고 품평하는 느낌인데 뭐 딥하게 들어가지 말자. "괜찮아요."라는 뜻으로 명확하게 번역되니까.
그런데 이 말은 '나쁘지 않다.'라는 뜻으로 쓸 때는 많지 않은 것 같다. 그러니까 "So, so."의 느낌으로말이다. 우리말 "괜찮아요."가 '아주 최상으로 좋지는 않지만 적어도 그지같지는 않으니 대충 이걸로 퉁치자'는 느낌으로 쓰지 않는가.
태국어 '마이뺀라이'는 보통 거절할 때와 감사 인사를 받을 때 많이 쓰는 것 같다.
- 뭔가 고마움을 받았을 때 가볍게 인사하는 상황
A: 고마워요.
B: 마이뺀라이 카~
- 호의를 베풀 때 거절하는 상황
A: 이거 받아요. 선물을 준비했어요.
B: 마이뺀라이 카~
A: 아니에요. 받으세요.
B: 마이뺀라이 카. 끄랭짜이 카. ('끄랭짜이'가 뭔지 모르겠다면 이 시리즈 1탄을 보도록 하자.)
이렇게 호의를 거절할 때는 끄랭짜이와 같이 콤보를 쓰기도 한다.
하지만 마이뺀라이의 진가는 '사과를 받아칠 때'인 것 같다. 태국은 '미소의 나라'라는 말을 들어 봤는지 모르겠다. 인사를 할 때 미소를 짓는 것 뿐만 아니라, 태국 사람들은 말할 때 큰소리를 내는 것을 싫어하고(물론 술 취했을 때와 싸울 때는 예외임) 화내는 것을 싫어한다. 정말 그렇다. 태국 사람은 웬만해서는 '정색+고함'으로 화를 내지 않는다. 비율적으로 보면 한국 사람들은 저 스킬을 패시브로 탑재해서 자유자재로 쓰는 반면, 태국 사람들은 일단 웃고 본다. 비웃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좋게 풀어보자는 마인드이다. 서로 얼굴 붉히며 논쟁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태국에서 아시아인을 발견한다면 아주 높은 확률로 작은 소리로 웃고 있는 사람은 태국인, 뭔지 모르겠는데 큰소리를 내면서 늘 해피해피한 사람들은 중국인, 언제 왔다갔는지도 모르는 닌자 그자체인 사람들은 일본인, 짜증이 나 있는 어노잉 오렌지들은 한국인인 경우가 많다. 그렇다, 웃자고 한 개소리다. 하지만 나는 실제로 자주 봤지롱.
그런 태국 사람이 입은 웃지만 눈은 웃지 않고 마이뺀라이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에는 그 태국 사람과 관계는 끊어졌다고 생각하는 것이 마음 편하다. 아니면 다시 회복하는 데에 시간이 참 많이 걸릴지도 모른다. 태국 분들은 무례한 것을 싫어한다. 흔히들 실수하는 게 술 한번 같이 먹었거나, 며칠 친해졌다고 소위 '깐부'처럼 많은 걸 요구하거나 서비스를 바라는 여행객 혹은 거주민들이 있는데 그러다가는 어느샌가 연락이 끊기는 상황을 보게 될 것이다. 호의가 계속 되지도 않았는데 권리부터 찾으면 안 되겠다.
물론 강 훈련사님처럼 정색하면서 "마이뺀라이이이!"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뭐, 있을 수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딥빡정색은 거의 안 보여주니까.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