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오 올리오.
이름만 들어도 마늘 볶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고, 올리브 오일 향이 먼저 코끝을 간질인다.
이 파스타는 원래 나폴리 근교에서 가난한 사람들이 만들어 먹던 음식이었다고 한다.
비싼 고기나 치즈를 넣을 수 없으니, 집에 늘 있는 기본 재료<< 마늘, 올리브 오일, 그리고 건고추>>만으로 요리를 만든 것이다.
그래서 이 요리는 다른 화려한 파스타와 달리 꾸밈이 없다.
그런데 묘하게 그 소박함 속에서 진심이 드러난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준다”는 느낌.
드라마<파스타>를 처음 봤을 때도 그런 느낌이었다.
서유경이 알리오 올리오를 만들면서 자신이 요리에 임하는 태도를 보여주려 하는 장면.
셰프 최현욱이 요구하는 건 완벽한 레시피가 아니라,
“네가 이 음식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였던 것 같다.
긴장감 속에서도 알리오 올리오의 심플한 맛은 마치 주방의 공기를 가볍게 휘감는 음악처럼 느껴졌다.
반대로 영화 <아메리칸 셰프>속 알리오 올리오는 또 다른 의미였다.
주인공 카를 캐스퍼가 한 여인에게 건넨 건 거창한 만찬이 아니라,
한밤중에 마늘 향이 은은히 퍼지는 파스타 한 접시였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마음을 음식으로 대신한 셈이다.
그 장면을 보면서, 나도 예전에 누군가가 나를 위해 만들어준 음식을 떠올렸다.
비싼 건 아니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세상에서 가장 정성스럽고 따뜻했다.
내가 처음 알리오 올리오를 먹었던 건 사실 누군가의 손맛 덕분이었다.
자취방 작은 주방에서 후라이팬에 마늘을 볶는 소리가 찌그러진 냄비 뚜껑 소리와 섞여 울렸다.
솔직히 파스타 면은 마트에서 제일 싼 걸 샀고, 올리브 오일도 본토산은 아니었다.
그런데 그 한 끼가 유난히 기억에 남는다.
향신료가 화려해서가 아니라,
“오늘은 내가 널 위해 요리했어”라는 마음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그 순간 알리오 올리오가 가진 본래의 의미"단순함 속의 진심"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서일까.
지금도 알리오 올리오를 먹을 때면, 드라마 속 긴장된 주방 풍경과 영화 속 낭만적인 장면이 동시에 겹쳐 보인다.
그리고 그 사이에 나의 소소한 추억까지 끼어든다.
결국 이 음식은 ‘누구와 함께 나누었는가’, ‘어떤 마음으로 만들었는가’에 따라 전혀 다른 맛으로 기억되는 것 같다.
마늘과 올리브 오일, 고추, 파슬리.소금, 후추
단 여섯 가지 재료만으로 이토록 많은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다니.
어쩌면 알리오 올리오는 음식이라기보다,
누군가와 마음을 나누는 가장 솔직한 방식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