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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가 띄우는 편지 - 나와 당신의 사진첩

by 고래뱃속
나와 당신의 사진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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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에 그려진 지도 한 장.

미지의 그곳으로 망설임 없이 떠나는 가벼운 날갯짓.

어두컴컴한 밤하늘도, 낯선 바다의 너른 품도 거뜬히 건너는 그 마음은

세상의 모든 어린이, 그리고 어린이의 마음을 지닌 어른들이

산타와 선물을 기다리는 12월의 반짝이는 마음과 꼭 닮아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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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다다른 곳엔,

반짝이는 은하수만큼이나 커다란 세계가 기다리고 있었어.


우리는 때때로 다람쥐 쳇바퀴 돌듯 익숙해져버린

작고 작은 나의 세상에 갇혀 있기 쉽지만,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주변을 찬찬히 둘러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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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나 다채로운 존재들이,

이렇게나 다양한 표정을 지니고,

이렇게나 제각각의 품으로 서로를 보듬고 있는 삶의 모양이
얼마나 무한한지 알아차리고는 놀라지.


그러면 신기하게도,

어딘가 갑갑했던 마음 한 구석이 환하게 트이는 것 같아.

미지의 물음표로 남아 있던 내 마음속 지도에

하나둘 새로운 얼굴들이 피어나면

그만큼이나 너르게 확장된 삶의 가능성들이 살아 숨쉬는 것만 같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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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말야,

우리는 그 무궁무진한 가능성 속에서

때때로 이별을 만나기도 해.

아니, 우리가 이 땅 위에 온 이상

어쩌면 언젠가의 이별은 필연적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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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하지 않는 것이 없고 떠나지 않는 것이 없는 세상이지만,

적어도 이 순간···

우리 서로에게 기대어 있는 이 마음의 모양은

사진 속 그것처럼

영영일 것만 같아.


이별을 예감하고도 당신의 곁은

세상에 갓 태어난 아기의 첫 숨결처럼 포근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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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그건 깨지 않을 꿈.

깨어도 깨어도 다시 꿀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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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정말 별이 되었네.

그 꿈 안에서 당신은 영영 지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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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꿈은 슬프지만,

슬프지만은 않아.


당신의 빈자리는

어두컴컴한 밤하늘도, 낯선 바다의 너른 품도 거뜬히 건너는

산타의 마음을 내 곁에 데려다주었고


그 마음 덕에 나는

한겨울 세찬 바람 속에서도

춥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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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살아가는 이 세상은

순간순간이 찰나의 영원으로 아롱지는 사진첩.

이별의 빈자리도, 새로이 찾아온 인연도
깊은 밤 은하수의 별자리처럼 끊임없이 연결되는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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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안에 나와 당신,

우리가 담길 수 있어


참 다행이야.



글: Editor LP




숲속 사진관에 온 편지|이시원 글·그림|2020년 1월 27일|16,000원

출산과 죽음, 입양의 과정을 통해
새롭게 만난 가족을 아름답게 그려낸 그림책
따뜻한 사랑을 담아 숲속 동물들에게 가족사진을 찍어주던 부엉이 사진사와 곰 조수! 어느 날 숲속 사진관에 편지 한 통이 도착하는데… 봉투에는 ‘가족사진을 갖고 싶어요.’라는 문구와 보낸 이의 것처럼 보이는 발 모양이 찍힌 자국이 있는 지도 한 장만 들어있다. 부엉이 사진사와 곰 조수는 편지의 주인공을 찾기 위해 서둘러 떠날 준비를 한다. 편지 한 장에서 시작된 ‘가족사진 찍기’ 프로젝트! 숲속 사진관의 두 번째 이야기는 어떻게 펼쳐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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