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 싸고 싶어 X 몸과 마음 비우기
열심히 달려온 지난 계절들을 지나 잠시 한 호흡을 가다듬는 휴가 시절입니다.
산으로 바다로 책으로 음식으로 그간의 지친 기운을 채워 넣는 것도 즐겁지만, 그간 살아내느라 몸과 마음에 쌓고 쌓은 많은 것들을 시원하게 비워 내는 것도 좋은 휴식이 되어 줄 것입니다.
인스턴트와 배달 음식, 외식으로 늘 조금은 더부룩하고 무거웠던 속을 비우고, 복잡다단하게 감정을 괴롭혀 온 관계들을 가지치기 하듯 비우고
영혼에 바람이 불 수 없도록 매 순간 입력되던 정보의 창들도 닫아 볼까요?
첫째, 몸 똥을 싸고 싶어
✓ 아침에 일어나서 길게 쭉 스트레칭을 하고 따뜻한 물 한 잔 마시기
✓ 바쁘다 바빠 정신 차리자며 마시던 커피를 내려놓고 천천히 잎차나 꽃차를 우려 마시기
✓ 쏟아지는 햇빛에 몸을 키운 제철 채소를 찌고 데치고 볶고 무쳐서 쌈장에 찍고 바르고 싸서 먹기
✓ 장이 꿈틀꿈틀 움직일 수 있도록 가벼운 산책에 나서기
✓ 그리고 두둥! 시원하게 똥 싸기
둘째, 마음 똥을 싸고 싶어
✓ 하염없이 쌓여 가는 메일함을 비우고 수신 거부도 착착
✓ 지난 몇 달 동안 답 한 번 남기지 않았던 단체 채팅 창에서는 단아하게 퇴장
✓ 나에게 소중한 사람들의 이름들을 순서대로 써 보기
✓ 마음을 괴롭혔던 일들과 감정들을 쓰고 고이 접어 휴지통에 버리기
✓ 중요했던 일, 기뻤던 순간, 벅찼던 감정들은 메모해서 저장해 두기
셋째, 영혼 똥을 싸고 싶어
✓ 휴대폰, 노트북, 태블릿을 덮고 반나절 지내기
✓ 가부좌를 틀고 허리를 세우고 앉아 눈을 감고 잠시 명상 타임
✓ 혹은 아무 말도,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멍 때리기
✓ 그간의 시간을 보내며 느낀 생각과 마음을 글, 그림, 노래, 춤. 그 어떤 것으로든 자유롭게 표현해 보기
글: Editor P
쌓이기만 하고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찬란한 똥들을 기다리며
언제부터였을까. 버리고 싸는 일이 이렇게 어려워진 것은. 가지고 쌓는 즐거움은 끝도 없이 추앙을 받지만 비우고 내보내는 기쁨은 뒷전이 되었다. 더 배우고 더 준비하고 더 노력하고 더 가지기 위해서 온통 집중하느라 몸이 얼마나 무거워졌는지도 모른 채 달려만 가고 있다. 하지만 잘 싸 보면 안다. 싸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행복한 일인지를. 머리와 마음 안에 자유로운 바람이 통하고 한없이 가벼워진 몸으로 다음 걸음을 내디딜 수 있다는 것을. 쌓은 뒤에는 싸는 것이 순리이고 본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