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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가 띄우는 편지 - 현의 노래

by 고래뱃속


현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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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정말 아름다운 꿈을 꿨어.


그 꿈의 감촉은 마치

어느 날 밤 내 창가에 찾아와 머물던

작은 풀벌레의 노랫소리 같은 것.


아스라이 가까워서,

조금만 손을 뻗으면

금세 닿을 것만 같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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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사실,

그건 가까운

듯 아스라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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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이후 매일 밤

아름다운 꿈은 어김없이

내 베갯잇을 적셨지만


한 번도 내 가슴에 꽉 차도록

꼭 안아 볼 순 없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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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이틀, 사흘,

나는 애가 닳고 닳아서

어쩌면 이러다 내 심장은

점점 기울어가는 저 달만큼이나

녹아 없어져 버리고 말 거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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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 두 해,

가늠할 수 없는 세월이 흐르고

녹아 없어지기보다 차라리

한 가닥 실이 되어 버린 심장은


어느새 무엇을 향해 뛰고 있었는지조차

잊어버린 듯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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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꼭 처음 그날처럼

보름달 꽉 찬 그날에


나는 보았단다

실낱 같은 내 심장이

스스로 현이 되어 노래하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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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한 밤들의 오랜 친구인

풀벌레의 노랫소리와

아름다운 화음을 이루는 것을




글: Editor LP




달 내리는 밤| 글·그림 정유진|2023년 2월 6일|18,000원

달에 닿아 보고픈
산속 동물 친구들의 별난 달맞이 한판!
깊은 산속에서 작은 토끼 한 마리가 달에 닿아보고픈 꿈을 꿉니다. 토끼의 소식을 듣고 많은 동물 친구들이 힘을 모아 달을 향해 높이높이 탑을 쌓아가던 바로 그 순간, 갑작스레 하늘에서 떨어지는 비 한 방울! 달을 향해 올라가던 동물 친구들의 탑도 이내 무너져 내리고 말았어요. 과연 동물 친구들은 달에 닿을 수 있을까요? 『달 내리는 밤』에서는 우리가 꿈을 향해 가는 매일매일의 여정 자체가 바로 ‘꿈’일 수 있다는 희망을 담아냈습니다. 어떤 모양으로든 늘 우리와 함께하고 있는 달처럼, 매일 새로운 모양으로 마음을 빚어 가며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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