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바다』 × 혼자라고 느낄 때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아주 많은 것들이 있어.
정미소도 있고,
친구들도 있고,
시원한 바람도 있지.
그리고 그 바람에 출렁이는 보리밭도 있어.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우리는,
숨바꼭질을 했어.
가위바위보에 진 내가 술래가 되었지.
여기저기 친구들을 찾아 헤매던
나를 두고 친구들은 몰래 집으로 가 버렸지.
언제가부터 내가 혼자 남았다는 걸 알아챘지만,
모른 체하고 보리밭으로 걸어 들어갔어.
그리고 보리피리를 만들어 불었지.
어느새 보리밭은 바다가 되고
어디선가 나타난 고래는 혼자가 된 나와 함께해 주었지.
그렇게 이곳에서 영원히 고래와 함께 춤추고 싶었어.
그때 어디선가 나를 부르는 소리를 들었어.
언제가 들었던 것 같은,
아니 언젠가 들을 것 같은 그 목소리.
그 아이 덕분에
난 다시 집으로 가던 길로 돌아갈 수 있었어.
그땐 내가 아주 어렸는데
그 아이는 나를 이렇게 부르고 있었어.
“엄마!”
인생이라는 길 위에
혼자 남겨져 있다는 생각이 들 때
삶이란 건 이 길을 걸어가는 긴 여정이란 걸 알아.
하지만 가끔 이 길 위에서 상처 받기도 하고,
외롭기도 하지.
그럴 땐 잠시 그 길에서 벗어나도 돼.
그리고 너의 노래를 불러.
그러면 너와 함께할 많은 것들이 너를 찾아올 거야.
그리고 그것들과 함께 신나게 놀아.
그런데 잊지 마.
네가 걸어가는 길 위에서 너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네가 만났던, 지금 만나는 사람들도 있지만,
먼 미래에서 널 기다리는 사람들도 있다는 걸.
그래서 신나게 놀고 난 후엔
다시 걸어서 널 기다리는 사람을 만나러 가.
글: Editor Gu
삶을 이끌어 주는 만남과 인연에 대한 이야기
보리밭을 두고 펼쳐지는 이 이야기는 마치 담담하게 흘러가는 듯 보이는 우리 삶속에서의 만남과 인연이 얼마나 놀랍고 소중한 것인지를 얘기한다. 분이의 외로움이 불러낸 고래들을 따라 상상의 세계로 빠져들 때쯤 분이를 현실의 세계로 이끌어 주고 살아갈 힘을 주었던 건 미래에 자신의 딸이었다. 우리의 삶은 인연과 인연의 연속이고 그 인연들이 서로서로를 보듬어 우리의 삶을 완성해 낸다. 그렇게 우리는 관계 맺고 또 미래의 인연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