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가끔 그런 날이 있어,
정말 정말 틈이 없는 날.
세상일 맘대로 뜻대로 되는 거 하나 없다고
몸도 마음도 축축해져서 무거워지는 날.
그런데 정말 그런가?
옛날에 가끔 해 보던 생각을 꺼내 봤어.
아침에 깨어났는데 해가 아닌 달이 떠 있는 거야.
해와 달이 우리에게 장난을 치려고 하늘에 뜰 차례를 바꾼 거였지.
남극 바다 밑에서 무지 큰 빙하가 발견됐는데,
물 위로 끌어올렸더니 너무 더워서 얼음이 녹아버렸어.
그 안에서 꼬마 공룡 둘리가 아주 긴 겨울잠에서 깨어 나오는 거야!
어느 날엔 영화에서처럼, 어느 과학자가
한입만 먹어도 몸이 둥실 떠오르는 마법의 초콜릿을 개발한 거야.
혀에만 닿아도 눈앞의 사람과 사랑에 빠지게 되는 물약과 함께 말이야.
그 뒤로 매년 밸런타인데이마다 모두가 눈에서 하트를 뿜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바람에
학교는 수업을 못 해서 임시휴관일이 만들어진 거야!
옛날에는 참 별별 상상을 다 했구나 하며 집에 돌아와 문을 여는데,
불을 켤 때도, 또 컵을 씻다가, 이런 게 조금 가볍나? 싶다.
영화나 상상 속에서처럼 마법 초콜릿 한입에 몸이 둥실 떠오르고
둘리를 만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지 몰라, 그래도
이 정도 덜어진 것만으로 안심되는 날이 있다.
날아오르지 않더라도 바람은 분다.
그 바람결에 실린 것들을 살살 머금어 상상해 보는 거야.
그렇게 꿈을 꿔.
세상이 다 내 맘대로 될 것 같은 날.
너도 가끔 그렇지?
글: Editor 영
통통 튀는 상상력, 신선한 발상으로
새로운 발견의 즐거움과 순수한 동심을 느낄 수 있는 그림책!
소파에 앉아서 탁자 위에 스노글로브(Snowglobe)를 보던 아이는 문득 이런 상상을 한다. ‘눈 속에서 수영하는 건 어떨까?’ 이렇게 시작된 질문은 점점 더 많은 상상으로 이어져, 익숙한 일상 속에서 살아가는 독자들을 아이가 상상하는 독특한 세상으로 초대한다. 엉뚱하면서도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전개되는 자유로운 상상 놀이! 우리를 가둔 틀에서 잠시 벗어나 휴식 같은 시간을 선물하는 그림책이다.
이재경 작가는 전작인 『헉! 오늘이 그날이래』에서 학교생활의 걱정과 두려운 마음을 위트 있게 풀어냈다. 이번 신작에서도 작가 특유의 개성 넘치는 유머를 찾아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