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여름』 × 언제나 돌아오는 계절
주변이 온통 푸르러요
찰랑거리는 잎새 사이 당신의 얼굴이 떠올라요
당신에겐 꼭 이 계절을 닮은 푸른 힘이 있었고
그 힘은 믿음의 바탕이 되어서
녹음으로 우거져 숲이 되었고
나무가 내어 주는 숨과 그림자로
저는 내내 자랐습니다
아마도
아주 오래된 기억은 잊히겠지만
기억을 이루는 감각만큼은
지워지지 않겠지요
두 눈에 담겼었고
두 손에 잡혔으며
두 귀에 담겼었고
두 팔로 잡을 수 있었던
당신의 표정과 체온,
목소리와 어깨
나에게 모든 것을 내어 주고,
세월의 예외 없는 손길에 어느샌가 녹슬고 스러져
이제는 다만 나무 한 그루, 바람 한 줄기
햇살 한 송이, 촉촉한 빗줄기가 되어 피어난
푸름 한바탕
돌고 도는 계절마다
내 두 눈앞에,
두 손 위에,
두 귓가에
돌아오고 또 돌아올 당신의,
나만의 빛
두 팔로 끌어안아 보듬어 보는
이렇게나 현현한 사랑,
아, 사랑은 보이지 않는 것이라던데
이렇게도 선명한 감각이 될 수 있단 걸
당신은 알려 주었어요
작별해도 떠나지 않는 사랑,
이별해도 떨어질 수 없는 사랑,
우주의 본성을 거스르면서 우주의 무한함을 체현하는 사랑
저는 당신이 알려주신 바로 그 사랑으로
매일, 한 줌의 숨과 그림자로
이 세상 어느 한 자리에
그렇게나 눈부신,
이렇게나 현현한,
나무 한 그루를 심겠어요
푸른 계절을 일구는
나무꾼이 되겠어요
2025년 7월 고래가 띄우는 편지
글: Editor LP
그해 여름,
어른의 문턱 앞에 선 소년
누구에게나 살아가는 게 겁이 날 때가 있습니다. 망망대해 같은 세계를 마주했을 때, 해일 앞에서 조개를 줍는 어린아이가 된 것처럼 나 자신이 아주 작은 존재로 느껴질 수도 있을 겁니다. 바로 그때, 우리는 어른의 문턱을 마주하게 됩니다. 아빠가 해 왔던 나무를 이제부턴 홀로 해 나가야 할 때 소년이 궁극적으로 넘어서야 할 것은, 바로 ‘성장’을 향한 관문입니다. 이전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우리 모두의 삶에 관한 이야기가 담긴 뭉클한 그림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