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ganuary를 맞아 하루 한 끼 채식 기록
크리스마스 전후로 베이킹 잔치였다. 내가 만든 크루아상과 산타 루시아 번, 남편이 만든 호박 파이와 스콘 비슷한 것(실패한 파이 반죽에 오트밀을 넣어 구워냈다고), 어머니가 구워서 보내주신 크리스마스 쿠키 한 상자까지. 아침부터 달고 기름진 빵 두어 개로 배를 채우니 종일 몸이 무겁다.
다행히 새해가 코앞이다. 본래 오래가지 않는 게 새해 결심이다. 그래도 달라지겠다는 결심 덕분에 좀 성장한 기분으로 새해를 맞는 재미를 놓칠 순 없다.
하루 세끼 모두 건강하게 먹으면 좋겠지만, 그러지 못할 거라는 걸 잘 안다. 여기 분수를 아는 자의 기록이 시작된다. 앞으로 한 달 동안 하루 한 끼를 기록하려 한다. 몇 가지 특징이 있다.
1. 그날 먹은 음식 중 그나마 가장 건강한 걸 꼽는다.
2. 직접 만든 음식을 기록한다.
3. 고기 생선 달걀 유제품을 쓰지 않는다.
먼저 3번. 고기와 생선에 달걀, 유제품까지 빠졌다면, 채식 요리를 뜻한다. 걱정은 없다. 우리는 집에서 채식한 지 6년 정도 되었다. 하던 대로 해 먹으면 된다. 아마도 매일 하나씩 기록하는 일이 더 큰 도전일 것 같다.
다음으로 2번. 다른 선택권이 없다. 우리가 사는 동네에는 채식 식당이 없으므로 거의 집밥이다. 그나마 좋아하던 네팔 식당마저 겨울 동안 문을 닫았으니, 어디 한번 제대로 해보자고!
그리고 1. 우리 기준에 건강함이란 밀가루와 기름을 덜 쓰고 녹색 잎채소를 충분히 먹기다. 하지만 밀가루와 기름은 입맛을 살려주기도 하니, 전혀 안 쓰겠다는 장담은 하지 않는다. 콩고기 같은 가공식품도 마찬가지. 외식도 못 하는 마당에 가공식품마저 쓰지 못하면 부엌일이 괴로워진다. 최소한으로 쓰되, 마음에 평화를 주는 수준에서 타협한다.
채식한다고 풀만 먹지 않는다. 그런 한탄을 할 정도로 풀 좀 많이 먹었으면 좋겠다. 우리에게 잎채소란 손쉬운 재료가 아니다. 이유는 간단한데, 씻는 일이 수고롭기 때문이다. 에헴. 이런 썰은 천천히 풀어야지.
매년 1월을 채식하는 달-비거뉴어리 Veganuary(Vegan+January)로 부르며 채식을 시도하는 이들이 세계 곳곳에 있다. 우리가 채식을 시작했을 때 난감했던 기억을 떠올려보며, 2022년 비거뉴어리를 다짐하는 이들과 함께 하루하루 채워보겠다. 새해니까 조금 더 건강하게!
“칠십팔억 지구인 속에서 내 존재는 너무도 작지만, 나는 하루 세끼만큼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이다.”
세끼만큼의 변화를 원한다면, 에세이 <플렉시테리언 다이어리> 책 훑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