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고 건강한 비거뉴어리 day1
한 달 동안 집에서 만든 건강한 채식 요리를 하루 하나씩 기록하기로 했다가 바로 후회했다. '건강하게'를 '맛있게'라고 했으면 훨씬 쉬웠을 텐데. 건강한 음식도 맛있지만, 어쩔 수 없이 재료 선택에 더 신경 쓰인다. 그렇다고 건강이라는 단어에 얽매여 나를 괴롭히고 싶진 않다. '가능한' 건강하고 맛있게 해 보련다.
오늘 오전에는 따끈한 오트밀과 상큼한 사과를 먹었고, 점심은 파스타와 토마토 수프였다. 아직 저녁 식사 전이지만, 점심보다 나을 것 같지 않다. 그래서 오늘 기록은 이미 맛있게 먹은 점심식사로 한다.
들깨 파스타
마늘 4쪽, 양파 1/4개, 물 3큰술
식물성 우유(또는 물) 1컵, 두부 1/4모, 소금 1/2~1작은술
들깻가루 3~4큰술, 허브가루 2작은술, 후춧가루 약간
브로콜리 한 컵, 시금치 2줌
파스타 2인분
1. 파스타는 조리법에 맞게 삶는다.
2. 큰 팬에 다진 마늘/양파/물을 넣고 뚜껑을 덮고 중간 불에서 끓이듯이 익힌다. 브로콜리는 이때 함께 넣어 찐다. 4~5분 후 브로콜리는 따로 그릇에 담는다.
3. 2에 식물성 우유를 붓고 두부를 손으로 으깨 넣는다. 소금은 취향에 맞게 조절해 넣는다. (나중에 파스타를 섞으므로 소스는 좀 짭짤한 게 좋다.) 뚜껑 덮고 3분쯤 중간 불에서 끓인다. 가끔 저어준다.
4. 불을 약하게 줄이고 들깻가루, 허브가루, 후추를 3에 넣고 고루 섞는다. 바로 브로콜리, 먹기 좋게 썬 시금치, 익힌 파스타를 넣고 1~2분 정도 섞은 다음 불을 끈다.
*허브가루는 이탈리안, 오레가노, 파슬리, 바질, 고수, 타임, 딜 등을 취향에 맞게 섞어 쓴다.
토마토 수프
마늘 5쪽, 양파 1/4개, 토마토 2개, 물 3컵, 소금 1/2~1작은술
허브가루 1작은술(또는 다진 파/고수/바질/파슬리 1줌)
[선택 재료] 매운 고추 1/2개, 큐민가루/고수가루 1/4작은술씩
1. 마늘/양파/토마토를 다져서 물과 함께 냄비에 넣고 중간 불에서 끓인다. 칼칼한 맛이 좋다면 매운 고추도 잘게 썰어 넣는다.
2. 10분 뒤 소금/허브/큐민/고수를 넣고 2분 정도 끓였다가 불을 끄고 대접한다.
우리가 6년 동안 집에서 채식을 할 수 있었던 비결은,
'고기를 사지 않는다'에 있다.
물론 처음부터 쉬웠던 건 아니다.
채식을 결심하고 냉장고에 남아있던 고깃덩이를 냉동실에 넣었다. 먹을 수 있는 걸 버릴 순 없으니까. 그리고 반년이 지나 이사를 앞둔 어느 날에서야 다시 꺼냈다. 이걸 어쩌지? 어쩌긴. 칠면조야 우리가 언제 또 널 만나겠니, 하면서 마늘 듬뿍 넣고 푹 고아서 잘 먹었다.
그때 먹은 칠면조와 소시지가 첫 외도는 아니었다. 카페에서 주문할 때 깜박하는 바람에 우유 넣은 커피를 여러 번 마셔야 했다. 남편과 내가 좋아해 마지않는 크루아상을 야금거리며 어떻게 비건 크루아상을 만들 수 있을지 가볍게 토론하기도 했다. 여행 중에는 비건 식당을 찾아 헤매면서 서로에게 신경질 부리다가, 우리 이러지 말고 뭐라도 먹고 보자며 맥도날드 햄버거를 우적거렸다. 그리고 서너 달에 한 번은 설레는 마음으로 우리가 좋아하는 식당에 가서 고기 요리를 먹었다.
채식을 결심한 뒤로 완전히 달라진 것은, 우리 집 장보기 목록에 육류와 해물, 그 가공품 및 달걀, 유제품 같은 동물성 식품이 없다는 사실이다. 우리 부부에겐 큰 변화였다. 일터에 점심 도시락을 싸서 다니고 외식은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 하기에 집에서 하는 식사가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그날 그 결심 뒤 우리 집 부엌은 생선, 고기, 달걀, 우유, 치즈가 없는 공간이 되었다. <플렉시테리언 다이어리> 23쪽.
동물성 식품을 전혀 사지 않고 버틸 수 있는 이유는 문제가 분명하게 보였기 때문이다. 식량을 둘러싼 분배 불평등과 환경 파괴, 동물권 문제를 직시하니 해결책은 당연했다. 고기 사지 않기. 비틀어진 사회 구조를 바꿀 수 있다면 기꺼이 하고 싶었다.
완벽하지 않다고 포기하기엔 너무 소중한 채식.
그래서 망설임 없이 채식을 해보고 싶다면,
<플렉시테리언 다이어리> 책 훑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