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3학년 대상 학년말 프로그램으로 ‘작가와의 만남’을 진행했다. 300명이 넘는 중학생들이 한 권의 책을 함께 읽고, 저자를 직접 만나 대화하는 시간이었다.
함께 읽은 작품은 가독성이 높고 학생들이 재미있어하는 테마가 많아 완독하기에 수월한 편이었다. 무엇보다 2년 전 첫 작가와의 만남을 올해도 함께해 주신 K작가님과 진행했는데 학생 반응이 매우 좋았다. 학생 눈높이에서 대화가 원활하게 되는 작가, 책을 좋아하지 않는 남학생들의 눈높이마저 맞춰줄 수 있는 작가님이라는 점이 매해 K작가님을 섭외했던 이유였다.
진행 과정에서 섭외나 행정 절차보다 학생들에게 책을 읽히는 일 - 책을 미리 읽도록 독려하고, 내용을 정리하게 하고, 읽은 내용을 바탕으로 질문을 만들도록 지도하기 - 에 더 손이 갔다. 참여 학생 수가 많다는 점, 기말고사가 끝난 이후 학생들의 집중도가 떨어진 시기라는 점이 어려운 변수였다. 수업 시간에 의무적으로 읽게 한 단편은 참여 학생 대다수가 읽고 내용을 꽤 이해하고 있었다. 학생들이 작성한 질문 내용을 통해 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다만 미리 책을 준비해 다른 작품들을 읽는 것은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것으로 보였다.
기말고사 이후 작가와의 만남까지는 약 5시간 정도의 수업 시간이 있었다. 세 편의 단편은 수업 중 반드시 읽게 했고, 다른 작품은 미리 읽어오도록 안내했다. 단편은 낭독을 주로 활용해 함께 읽었고, 아주 짧은 작품은 각자 읽게 했다.
5차시로 수업을 구성해, 하루에 한 편씩 읽고 자신이 이해한 내용을 글이나 그림, 퀴즈로 정리해 보는 시간을 확보했다. 그리고 2차시는 질문 작성 시간으로 배분했다. 질문에는 구두로 개별 피드백을 거의 제공했다.
학생들의 책 준비를 돕기 위해 사서 선생님께 부탁 드려 주제 도서를 도서관의 잘 보이는 곳에 비치했고, 전자책 등을 이용하는 방법도 함께 안내했다. 가정에도 행사 취지를 전달하였다. 부담이 되지 않도록 '구매가 아니라도 다양한 방식으로 충분히 읽을 수 있다'는 점을 덧붙였다.
읽은 작품에 대한 정리와 질문 만들기 시간에는 두 가지를 강조했다. 패들릿에 공유한 친구들의 질문을 참고하여 겹치지 않는 질문을 하도록 노력하기, 질문의 배경을 함께 제시하며 예의를 갖추기였다. 질문은 실명으로 작성하게 했고, 패들릿에는 질문이 300개가량 모였다. ‘겹치지 않게’를 강조했더니 색다른 질문이 많아졌다. 겹치는 질문이 간혹 있기는 했지만 따로 통합하거나 정리하지는 않았다. 학생들 각자의 질문을 서로 읽게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질문을 만들 때는 수업 시간에 배운 문학 작품 비평의 네 가지 관점을 활용하도록 했다. 작가에 대한 질문, 작품에 대한 질문, 작품 배경에 대한 질문, 독자로서 작품을 읽고 느낀 바에 대한 질문 등 몇 가지 범주를 미리 제시해 두고, 그 안에서 각자의 관심을 살려 질문을 발전시키도록 했다.
특히 ‘질문 배경’을 강조한 이유가 있었다. 학생들의 질문 초안은 어떤 작품인지에 대한 설명도 없이 다짜고짜 “OO은 왜 그렇게 말했나요?” 같은 식이 많았기 때문이다.
질문을 받는 사람이 이해할 수 있도록 질문하게 된 배경을 설명하고 질문할 수 있도록 지도했지만, 그럼에도 자신의 질문을 듣고 상대방이 알아들을 수 있는지 감지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참여 의욕을 높이기 위해 우수 질문 학생에게는 시상도 예고했고, 저자분께서 우수 질문을 뽑아 답변해 주시며 작은 선물도 있다는 점을 안내했다. 저자분께는 패들릿 링크를 미리 보내드리고, 우수 질문 학생을 한 명씩 미리 선정해 주시기를 부탁드렸다.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질문을 작성할 때 의욕을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우수한 질문은 성적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고, 학생들이 질문을 작성할 때 넌지시 돌려 말을 하기도 했다. 실제로 저자분께서 뽑아주신 우수 질문 학생 중에는 학업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도 몇 있었지만, 재미난 생각을 표현한 평소 개구진 학생들, 평소 수줍어 하는 성격이라 교실에서 조용히 지내는 학생들도 꽤 있었다.
당일 프로그램은 환영 공연 후 강연, 질의응답, 사인회 순으로 진행했다. 300명의 학생들을 체육관에 모아 행사를 진행했기 때문에 질문을 받을 때 동선이 길었다. 저자분께서 많이 움직여 주셨고, 나와 다른 선생님도 마이크를 들고 뛰어다녔다.
행사 역할 분담은 주로 3학년 국어 선생님들이 맡아 진행했고, 3학년부 기획 선생님께서 의자 배치와 정리를 도와주셨으며, 방송반 선생님께서 마이크와 빔프로젝터 등을 설치해 주셨다. 방송반 학생들도 도움을 주었다.
저자분은 자신이 살아온 과정과 작가가 될 수 있었던 경위, 작품에 관한 이야기, 학생들이 작성한 질문에 대한 답 등 두루 이야기를 해주셨다. 두 시간은 짧은 시간이었지만 학생들의 다양한 질문 덕분에 다각도의 밀도 있는 이야기가 많이 오갔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은 강연 중간중간 많이 웃으면서 참여했고, 강연이 끝난 뒤에는 사인을 받고 함께 사진을 찍는 학생들도 많았다.
반응이 워낙 좋아서 3년 연속 같은 저자분을 모셨다. 만약 또 이런 행사를 한다면 어떤 분을 모셔야 하고, 또 어떻게 사전 수업을 꾸려야 학생들에게 단 한 번의 좋은 기회, ‘읽기’로 발돋움하는 기회가 될 수 있을까. 매일 해오던 수업 방식에서 잠시 벗어나, 교사인 나에게도 좋은 경험의 자리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