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5)
“감사합니다. 또 찾아주세요!”
녀석은 싱글벙글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나는 아연한 표정으로 녀석을 보다, 손님이 나간 후에 혀를 찼다.
“그 환한 미소는 뭐야? 지금까지 한 번도 보지 못했는데.”
“영업용인데요.”
시큰둥하게 대답하는 녀석의 표정은 이미 평소대로 돌아와 있었다. 그러나 내가 무어라 말하기도 전에 문간에 달아 놓은 방울이 울렸다. 그 순간 녀석은 다시 환하게 웃으며 문을 향해 경쾌하게 외쳤다.
“안녕하세요. 어서 오세요!”
녀석이 일을 돕겠다고 나선 건 고등학교에 입학한 직후부터였다. 처음에 나는 손을 내저었다.
“아서라. 꼬맹이가 뭘 돕겠다는 거야?”
“꼬맹이 아니거든요?”
녀석이 툴툴거렸다.
하지만 괜히 꺼낸 말이 아니었다. 그다음 날부터 녀석은 정말로 서점 일을 돕기 시작했다. 언제나 문을 열고 들어오면 책을 골라 읽던 녀석이 이제는 책 정리부터 시작했다. 새로 들어온 책이 있으면 하나하나 살펴서 적절한 위치에 꽂고, 먼지떨이를 들고 책 위에 쌓인 먼지들을 조심스레 떨어냈다. 사람들이 뽑아 읽은 후 아무렇게나 놓아둔 책이 하나씩 원래 자리로 돌아갔다. 녀석의 손이 꽤나 야무져서 나는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꼬맹이라는 말은 취소. 너 생각보다 어른스럽구나?”
“이제 알았어요?”
녀석은 코웃음을 쳤다.
하지만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엑셀 파일로 재고 현황을 정리하더니 급기야 나를 매대 밖으로 내보내고는 자신이 서서 손님맞이까지 하는 것이었다. 내가 말렸지만 녀석은 요지부동이었다.
“아저씨처럼 머리 덥수룩한 사람이 서 있는 것보다 나처럼 단정한 사람이 서 있는 게 손님들에게 더 호감을 주지 않겠어요?”
내가 머리를 긁적이는 동안 녀석이 덧붙였다.
“그리고 학교에서 배우는 거 여기서 실습하는 거예요.”
“아. 너 실업계랬지?”
내 말에 녀석이 미간을 찌푸리더니 고개를 저었다.
“촌스럽게 실업계가 뭐예요? 특성화고등학교예요.”
“그게 그거 아닌가. 이름이 뭐가 중요하다고.”
내 말에 녀석이 고개를 젓더니 마침 가지고 있던 책을 들어 보였다.
“그런 게 얼마나 중요한데요. 이거 보라고요. 이 책 제목이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가 아니라 ‘그 얼굴의 문, 그 입의 등잔’ 같은 멍청한 거였으면 어디 팔리기나 했겠어요?”
“아니, 그거 원래 영문 원제가 그건데.......”
“그러니까요.”
녀석이 말하더니 고개를 숙이고 바로 책에 빠져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