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선물 (6)

단편

by 글곰

(6)


“졸업 축하한다.”


“고마워요.”


시큰둥한 대답. 대충 매우 고맙다는 뜻으로 이해한 나는 제안했다.


“이제 어른이 되는 걸 축하할 겸 밥이나 먹으러 갈까? 내가 살게.”


녀석은 인상을 찌푸렸다.


“하필 오늘 같은 날에요? 어딜 가도 사람이 득시글거릴 텐데요?”


“오늘 같은 날이니까 가자는 거지.”


녀석은 길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물었다.


“아저씨. 크리스마스마다 서점 문 열죠?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그 전에도.”


질문이 아니라 확인이었다.


“응? 왜?”


“여자친구 없어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나는 입술을 깨문 채 말을 잃었다. 그런 나를 한심한 눈빛으로 보던 녀석이 책을 내려놓고는 점퍼를 집어 들었다.


“가요. 그런데 뭐 사 줄 거예요?”


생각지 못했던 질문이었다. 나는 잠시 머뭇거리다 대답했다.


“부대찌개 어때?”


녀석이 나를 보는 한심함의 정도가 세 단계쯤 더 강해졌다.


“하필 오늘 같은 날에요?”


“아니, 뭐, 그러니까 오늘 같은 날이라도 그런 데는 사람이 좀 적지 않을까 싶어서........”


허둥거리는 나를 바라보던 녀석은 또다시 몇 번째일지도 모를 한숨을 내쉬었다.


“하여튼 이러니까 여자친구가 없지.”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 예상은 틀렸다. 크리스마스 이브의 부대찌개 가게는 커플로 득시글거렸고 우리가 자리에 앉기까지는 무려 한 시간 이십 분을 기다려야 했다. 입구 안쪽에 마련된 좁아빠진 대기 장소에 우리는 나란히 앉았다.


사람들이 너무 많은 탓에 습기가 차서 숨쉬기가 답답할 정도였다. 게다가 부대찌개의 매콤한 냄새와 삶은 육수에서 풍기는 기름진 냄새가 북적이는 사람들 사이에서 피어오르는 땀 냄새와 뒤섞여, 차마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괴이한 향기가 되어 사방에 흘러넘치고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초조해졌지만 막상 녀석은 오히려 태연했다.


“그럴 줄 알고 책을 가져왔거든요.”


녀석은 가방 속에서 책을 꺼내 읽기 시작했다. 나는 표지를 살핀 후 고개를 저었다.


“여고생이 읽을 만한 책은 아니네.”


“그거, 지나치게 편견에 사로잡힌 말 같은데요? 요즘 세상에.”


녀석이 고개를 들어 톡 쏘아붙이고는 다시 책으로 눈길을 돌렸다. 나는 어깨를 으쓱이고 생각을 고쳐먹었다. 하기야 러브크래프트 단편집은 겨울에 딱 어울리는 책이긴 하지.


다행히도 부대찌개는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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