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선물 (10)

단편

by 글곰

(10)


그날따라 미용실 사장님의 재촉이 심했다.


“서점 사장님. 장사 잘 되는 건 좋은데 지금 머리 꼴이 말이 아니에요. 머리 안 깎은 지 얼마나 됐어요?”


“어....... 석 달인가.......”


덥수룩한 데다 흰머리가 군데군데 섞인 머리를 벅벅 긁어대는 내 모습을 보며 미용실 사장님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 모습이 딸과 지나칠 정도로 흡사해서 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오늘 저녁에 일 마치면 와요. 가게 열어둘 테니까. 안 오면 안 돼요.”


그렇게 우격다짐하는 바람에 나는 가게를 닫은 후 미용실로 향했다. 녀석이 가맹점을 내는 문제로 지방에 내려가 있어서 나는 혼자였다.


미용실 사장님은 약속대로 문을 닫지 않은 채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미용실은 십여 년 전과 다름없이 조그마했고 의자는 달랑 둘밖에 없었다. 하지만 사장님의 부지런한 손길 덕분에 내부는 언제나 깔끔하고 단정했다.


내가 의자에 앉자 사장님이 천을 두른 후 가위를 들고 가위질을 시작했다. 나는 어색하여 그냥 눈을 감고 자는 척했다. 가게 안은 조용했기에 서걱대는 가위 소리가 귓가에 울릴 뿐이었다. 그때 문득 사장님이 말을 걸었다.


“서점 사장님.”


“예?”


나는 눈을 뜨지 않은 채 대답했다. 미용실 사장님이 물었다.


“혹시 스위니 토드라는 영화 보셨어요?”


“예.”


나는 대답했다. 조니 뎁이 나오는 영화다. 미치광이 이발사가 면도를 해주다가 손님들의 목을 그어버리는 이야기다. 손님이 순식간에 목숨을 잃으면 이발사는 의자 아래쪽의 발판을 눌러 시체를 아래층으로 내려 보낸다. 그리고 그 시체로 파이를 만들어 판다.


그 생각을 떠올리자 나는 문득 목덜미가 서늘해지는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물론 미용실 사장님은 스위니 토드가 아니고 면도칼을 손에 들고 있지도 않다. 그리고 이 건물에는 고기 파이를 파는 가게도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어쩐지 무서운 기분이 들어 눈을 살짝 떠 보았다. 그리고 거울 너머로 사장님과 눈이 마주쳤다.


사장님이 싱긋 웃었다.


“지금 내가 스위니 토드라고 생각했어요?”


“설마요.”


나는 거짓말했다. 사장님이 손을 멈추지 않은 채 말했다.


“어쩌면 스위니 토드가 될지도 몰라요.”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했기에 나는 얌전히 있었다. 사장님은 가위를 놓고 다른 가위를 들더니 내 윗머리를 치기 시작했다.


“나는 저 아이를 가졌을 때부터 여러 번 상처를 받아온 사람이에요. 아이 아빠는 나를 버렸고 남편은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죠. 그래서 상처 받은 여자가 얼마나 슬퍼하는지 잘 알아요.”


나는 여전히 얌전히 있었다. 사장님은 다시 가위를 놓고 또다시 다른 가위를 들더니 내 귀밑머리를 조금씩 다듬었다.


“그러니 부탁할게요. 그 아이한테 잘해 줘요. 안 그랬다가는 내가 스위니 토드가 될지도 모르니까.”


그녀는 굽혔던 허리를 펴고 내 머리 상태를 살폈다. 덥수룩하던 머리가 깔끔하게 다듬어져 거울 속의 내가 낯설 지경이었다. 미용실 사장님이 손에 왁스를 바르더니 내 머리 곳곳을 만졌다. 이내 내 머리는 평생 단 한 번도 하지 못했던 모습이 되었다. 마침내 사장님은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내 몸에 둘렀던 천을 걷어내 털었다.


“내일이 크리스마스 이브인 거 알죠?”


“예.”


여전히 거울 속의 모습에 놀란 채 나는 멍하니 대답했다. 거울 속에서 미용실 사장님이 싱긋 웃었다.


“데이트 신청하기에 부끄러운 머리는 아니겠네요. 안 그래요?”


정말로 그렇다고 나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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