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잡설들 02
유비는 연의에서의 이미지와는 달리 군사를 곧잘 지휘했습니다. 생각해보면 황건란 시절부터 근 40여 년 동안 전장을 누비면서도 살아남았는데 당연한 이야기겠지요. 최후의 전쟁이었던 이릉전투에서의 참패가 워낙 큰 낙인을 남겼습니다만 사실 유비의 군사운용은 상당히 뛰어난 수준이었습니다. 승리만큼이나 패배도 많았지만 그 패배들에도 나름대로의 변명거리는 있었고요.
각설하고, 오늘은 당대의 라이벌 유비VS조조의 전적에 대해 한 번 적어보려 합니다. 유비는 평생 조조와 맞서며 많은 패배를 당했습니다. 그도 그럴 만한 것이, 조조는 본인의 능력으로 보든 동원할 수 있는 세력의 규모로 보든 휘하 지휘관들의 능력으로 보든 간에 워낙에 최종보스급이었으니까요. 그러나 유비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조조한테는 아무래도 안 되었지만, 조조의 부하들을 상대로는 오히려 상당한 승률을 보였거든요. 게다가 조조와의 가장 중요한 결전 - 바로 한중전투에서 결국 조조를 꺾으며 마침내 촉 땅을 온전히 손에 넣었습니다.
자아. 유비의 전적 나갑니다. 이하 모든 전투는 유비가 직접 군사를 이끌고 조조 혹은 그 부하와 맞선 경우입니다.
199년. 유비는 조조 아래서 탈출하여 서주자사 차주를 죽이고 서주를 점거합니다. 조조는 유대와 왕충을 보내 서주를 공격하나 패합니다.
-유비VS유대/왕충 : 승리
200년. 조조는 직접 출격하여 유비를 대파합니다. 유비의 부하 하후박을 사로잡고 관우에게 항복받습니다. 유비는 원소에게 달아납니다.
-유비VS조조 : 패배
200년. 원소는 유비를 보내 여남의 유벽과 연합전선을 펴게 합니다. 조조는 조인을 파견했고 조인은 승리합니다.
-유비/유벽VS조인 : 패배
201년. 원소는 다시 유비를 여남으로 보내 공도와 함께 싸우게 합니다. 조조는 채양을 파견하나 채양은 패하여 죽습니다.
-유비/공도VS채양 : 승리
201년. 북쪽이 대충 정리되자 조조는 다시 직접 유비를 공격합니다. 유비는 도망쳐서 유표에게 의탁합니다.
-유비VS조조 : 패배(싸우기 전에 도망침)
203년(?). 조조는 후방을 안전하게 하기 위해 하후돈과 우금을 파견합니다. 유비는 박망에서 복병을 써서 둘을 대파합니다.
-유비VS하후돈/우금 : 승리
208년. 유비가 도망가자 조조는 경기병 5천을 이끌고 추격합니다. 유비는 당양 장판에서 처자마저 버리고 도망칩니다.
-유비VS조조 : 패배
208년. 유비는 주유와 함께 적벽에서 조조를 격파합니다.
-유비/주유VS조조 : 승리
209년. 유비는 주유와 함께 강릉을 공격해 결국 함락시킵니다. 조인은 도망칩니다.
-유비/주유VS조인 : 승리
219년. 유비는 한중으로 진격하여 정군산에서 하후연을 격파하고 참수합니다.
-유비VS하후연 : 승리
219년. 조조는 친히 군사를 이끌고 한중으로 옵니다. 유비는 치열한 방어전을 펼쳐 결국 조조를 퇴각시킵니다.
-유비VS조조 : 승리
- VS 조조 전적 : 5전 2승 3패
- VS 조조의 부하 장수 전적 : 6전 5승 1패
어떻습니까. 의외로 승률이 괜찮지요? 특히 조조의 부하 장수 중 단독으로 유비를 이긴 자는 조인이 유일합니다. 조조가 유비를 일컬어 '세상에 영웅은 오직 그대와 나 둘 뿐이오!'라고 말한 것도 이해가 가지요. 특히나 적벽과 한중에서는 연달아 조조를 격파하면서 조조의 천하통일을 막아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습니다.
조조는 분명 당대 최고 수준의 군사 지휘관이었습니다. 그리고 유비는 그런 조조를 상대로 항상 열세에 처해 있으면서도 상대적으로 우수한 실적을 올렸습니다. 그러니만큼 유비의 군사적 능력을 지나치게 폄하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는 게 제 결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