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한 장 짜리 일본 여행 01
아이가 학교에서 넘어져 손가락에 금이 갔다. 엑스레이를 찍은 후 깁스를 했다. 큰일은 아니었다. 다만 사소한 문제가 하나 있었다. 바로 다음 날이 후쿠오카 여행 출발일이었다. 원래 아이들이란 타이밍을 기가 막히게 잡는 특기가 있는데 그런 솜씨를 유감없이 발휘한 것이다.
아내는 당장 비행기를 취소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걱정이었다. 나는 괜찮다고 했다. 딱히 후쿠오카에 절실하게 가고 싶다거나 혹은 돈이 아까워서는 아니었다. 굳이 그럴 만큼 심각한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다음 날 아침에 다시 정형외과에 들러서 깁스 상태를 점검하고 오후에 우리는 비행기에 올랐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힘들기는 했다. 하필 겨울철이라 옷을 많이 껴입어야 하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 금이 간 곳이 엄지손가락이다 보니, 옷을 입거나 벗을 때마다 아이가 아픔을 호소했다. 내가 소매를 최대한 벌리고 아내가 아이의 팔을 잡아서 조심스럽게 집어넣는 식으로 역할을 분담해야 했다. 하루 세끼 밥을 먹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었다. 아이는 오른손잡이고 부러진 손가락은 오른쪽 엄지였다. 안 그래도 젓가락질 어설픈 아이가 왼손만으로 수저를 쓰려니 난처하기 이를 데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도 잘 갔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아이가 좋아했으니까.
깁스를 한 오른팔을 거치대에 끼워 목에다 매단 채로, 아이는 뽈뽈거리며 잘도 돌아다녔다. 그리고 종종 왼손으로 휴대폰을 꺼내 어설픈 자세로 사진을 찍곤 했다. 심지어 온천에도 들어갔다. 후쿠오카까지 가서 온천에 안 들어가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아내가 여행 출발 전날 밤에 급하게 주문한 깁스 방수커버 덕분이었다. 지나치게 급하게 주문하느라 맞는 사이즈가 없어서 큼지막한 다리용 커버를 써야 했지만 아무려면 어떤가. 물만 안 들어가면 됐지 뭐. 여하튼 다소 조심할 필요가 있었지만 어지간한 건 다 할 수 있었던 여행이었다.
숙소 내부를 통해 갈 수 있는 게임센터에 마리오카트 기계가 있었다. 엄청 플레이하고 싶어하는 눈치기에 하라고 했다. 깁스를 했는데 괜찮은 거냐고 묻길래 원래 운전은 한 손으로 하는 거라고 뽐내듯 알려주었다. 사실 아니지만. 어쨌거나 아이는 한 손으로 신나게 마리오카트를 몰았고 나는 낄낄거리면서 그 모습을 사진으로 찍었다. 아내는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우리를 보았는데, 그 시선의 대상이 나인지 아니면 딸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