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한 장 짜리 상하이 여행 02
상하이에 가면 과거와 현재가 뒤섞여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단순히 과거의 문화 유적이 많다는 뜻이 아니다. 길거리 자체가 그렇다는 게 느껴진다. 백 년도 전에 건축된 고풍스러운 석재 건물과 네모반듯하게 현대식으로 지어진 철근콘크리트 빌딩이 어울리지 않게 한데 모여 있는 곳이 바로 상하이다.
여기서 굳이 상하이의 역사를 시시콜콜 늘어놓을 생각은 없다. 다만 상하이는 19세기 중엽의 아편전쟁 이후 개항장으로 지정된 지역으로 유럽인들이 다수 들어와 살게 되면서 그들의 건축 양식과 문화가 많이 녹아났다, 정도를 아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걸 가장 체감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와이탄 지역이다. 황푸강 유람선을 타면 강 양안에 늘어선 건물들을 구경할 수 있는데, 과거 영사관 등으로 사용되었다는 19세기 유럽풍 건물에서부터 20세기 말엽의 동방명주와 21세기를 상징하는 상하이 타워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밤이면 이런 건물들이 죄다 조명을 틀기 때문에 황푸강은 야경이 아름답기로도 유명하다. 여기에다 시뻘건 불빛이 인상적인 인민영웅기념탑을 곁들이면 그야말로 키치라는 단어가 어울리게 되지만.
그러한 옛것과 새것의 공존은 상하이 곳곳에서 어렵잖게 찾아볼 수 있다. 예컨대 우리 가족이 묵은 숙소는 서양식 최신 호텔방이었다. 하지만 호텔 후문을 나오면 바로 보이는 맞은편 가게에서는 큼지막한 솥을 걸어놓은 채 죽과 딤섬을 팔았다. 그리고 그 옆에는 현대적인 디자인의 노천카페가 있었다. 의자에 앉아 커피를 마시면서 건너편으로 시선을 던지면 보이는 것은 족히 백 년은 되어 보이는 오래된 유럽 양식 건물이었는데 1층에는 보험사인지 회계사인지 잘 모를 업종이 입점해 있었고 3층 유리창에는 갈색 목재 창틀이 끼워져 있었으며 옥상에는 불법 증축물일 게 분명한 복층 주택이 올라가 있는 괴상망측한 구조였다. 기나긴 세월 동안 고즈넉하게 유지된 유산이 아니라, 그 세월 동안 인간들과 함께 숨쉬면서 때로는 고쳐지고 때로는 덧붙여진 살아 있는 건물이었다.
처음 상하이 공항에 도착했을 때 중국 어플로 택시를 불렀다. 도착한 차량은 테슬라였다. 기사는 자동주행을 켜놓은 채 때때로 양손을 휘둘러 가면서 어설픈 영어로 상하이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그러는 동안 차는 때로는 19세기의 좁고 구불구불한 길을, 때로는 20세기의 더께가 내려앉은 고가도로를, 때로는 21세기의 너르디너른 10차선 도로를 달려 마침내 숙소에 도착했다. 무척이나 신묘한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