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하우스도 자주 보면 지겹지만

사진 한 장 짜리 시드니 여행 09

by 글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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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의 야경은 상당히 멋있다. 거기에는 오페라하우스가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누가 봐도 멋있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는 이 건물은, 한밤중에 노란빛 조명을 받아 더욱 아름답게 빛난다. 시드니 관광객들에게 추천되는 몇 군데 야경 포인트가 있는데 대부분 이 오페라하우스를 바라보는 방향이다.


사실 야경을 볼 계획은 없었다. 그런데도 보러 가게 된 건 일정이 틀어진 탓이다. 유명하다는 별 보기 투어를 예약했는데 하필 구름이 잔뜩 낀 게 아닌가. 담요를 뒤집어쓴 채 누워서 흐릿한 하늘만 멍하니 바라보다가 하릴없이 철수해야 했다. 그 바람에 계획된 프로그램이 대신 시드니 시내 야경 투어로 대체되었다. 물론 별을 보지 못한 건 무척 아쉬웠지만, 덕분에 오페라하우스의 멋들어진 야경을 볼 수 있었던 셈이다. 투어 참가자들은 다들 감탄사를 내뱉으며 연신 사진을 찍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다음 날에는 페리를 타고 오페라하우스를 보았다.

그리고 다음 날에는 하버 브리지 위에서 오페라하우스를 보았다.

그리고 다음 날에는 오페라하우스가 보이는 곳에서 저녁을 먹었다.

그리고 다음 날에는 오페라하우스가 보이는 숙소로 옮겨서......


그쯤 되자 오페라하우스가 지겨워지기 시작했다.


물론 오페라하우스는 매력적인 랜드마크다. 보는 방향에 따라서 전혀 다른 멋이 있고, 조명에 따라 낮과 밤의 모습 또한 완전히 달라진다. 하지만 보기 좋은 것도 하루이틀이다. 만날 보고 또 보는데 그럴 때마다 첫 만남 마냥 좋아하라는 건 무리다. 더군다나 시드니 여행을 하다 보면 애초에 오페라하우스와 마주치지 않을 수가 없다. 시드니의 중심지인 서큘러키 주변을 돌아다니다 보면 오페라하우스가 너무나 잘 보이기 때문이다.


오페라하우스가 지겨워진 것을 보니 슬슬 시드니를 떠날 때가 된 모양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물론 돌아가는 날짜야 원래부터 정해져 있었지만 기분이 그랬다는 이야기다.


아침 이른 비행기를 타야 해서 마지막 날에는 새벽처럼 일어나야 했다. 시드니 공항은 남쪽에 위치해서 오페라하우스와는 반대 방향이었다. 우버 택시에 짐을 싣고 공항으로 향하는 동안 나는 비가 퍼붓는 시드니 시내의 야경을 멍하니 구경했다. 그러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오페라하우스를 한 번 더 못 봐서 아쉽네,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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