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에서의 외식과 카페

사진 한 장 짜리 시드니 여행 07

by 글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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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주자가 아니라 여행자를 기준으로 볼 때, 시드니의 음식 가격은 눈이 튀어나올 지경으로 비싸다. 중형 마트에서 파는 500밀리 페트병 콜라 하나에 사천 원이 넘었다. 저렴한 샌드위치 하나로 끼니를 때우는 데도 만원 가까운 돈이 들었다. 중심가에서 다소 떨어져 있는 숙소 근처 가게인데도 그랬다. 호주산 와인이야 당연히 저렴했지만, 해외에서 수입해 온 술은 우리나라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비싼 수준이었다.


특히 비싼 건 외식이었다. 구글링으로 찾은 괜찮은 가게에 가서 세 가족이 밥을 먹으면 이십 만원이 넘는 계산서가 날아들곤 했다. 특정한 음식이 비싼 게 아니라 그냥 죄다 비싼 느낌이었다.


호주의 면적은 엄청나게 넓지만 인구는 한국의 절반가량에 불과하다. 그러다 보니 만성적으로 인력이 부족한 탓일까, 호주의 최저임금은 전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수준이다. 2025년을 기준으로 호주의 최저임금은 24.95호주달러라 하니 한화로는 약 22,500원에 달한다. 그래서 사람 손이 필수적인 외식 분야는 비쌀 수밖에 없지 않은가 싶었다.


그나마 한국과 물가가 비슷한 게 커피였다. 서울에는 카페가 엄청나게 많지만 시드니도 서울에 못지않다. 골목 골목마다 거의 반드시 카페가 자리 잡고 있다. 길거리에다 테이블과 의자를 깔아놓은 곳들이 태반인데 아침마다 자리가 사람들로 북적인다. 이 카페들은 대부분 아침 일찍부터 문을 열고 대신 오후쯤에 문을 닫는다. 그래서 커피를 마시려면 오후 세 시를 넘기지 않아야 한다.


여하튼 커피만은 비싸지 않으니 잔뜩 마셔도 좋지 않을까. 나는 원래 하루에 석 잔씩 카페인을 들이키는 사람이니까. 그래서 인터넷을 뒤져서 매우 유명하다는 카페를 찾아갔다.


유감스럽게도,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일이겠지만, 그 유명하다는 가게는 전 세계에서 몰려든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바람에 도저히 앉을 자리를 찾을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비 오는 날에 굳이 테이크아웃으로 커피를 가져갈 생각은 없었기에, 그냥 그 옆에 있는 카페에 가서 커피를 주문한 후 노천 테이블에 앉았다. 그리고 멍하니 앉아서 창 너머로 카페를 들여다보는데 문득 익숙한 한글이 보이는 게 아닌가. 안녕이라는 두 글자가 큼지막하게 박혀 있는 티셔츠가 하도 인상적이라, 나도 모르게 휴대전화를 들어서 사진을 찍었다.


해외에서 한글을 보는 게 더이상 특별한 경험이 아닌지도 오래되었다. 하지만 그래도 볼 때마다 반가운 느낌이다. 내 외국어 솜씨가 워낙 형편없기에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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