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에 가면 공룡이 많다

사진 한 장 짜리 시드니 여행 05

by 글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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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많든 적든 간에, 세상에 공룡을 싫어하는 남자는 없다. 이건 성별 편견에 입각한 고정관념이 아니라 엄연한 사실이다. 물론 과학적 근거는 없지만. 여하튼 그런 이유에서 호주 박물관에 가려고 딸아이를 꼬드겼으나 실패했다. 공룡 뼈다귀를 보러 가느니 차라리 호텔 침대에 누워 유튜브나 보겠다는 아이의 의지를 이겨낼 방도가 없어서, 별수 없이 혼자 갔다.


호주 박물관의 명칭은 The Australian Museum. 호주 최초의 박물관인 동시에 전 세계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규모의 자연사 박물관이다.


호주는 거대한 섬으로 다른 대륙과 격리되어 있기에 타 지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특이한 동물들이 많다. 쿼카, 캥거루, 코알라, 오리너구리 등의 박제는 흥미롭다. 매머드와 고래의 뼈도 인상 깊었다. 하지만 나는 공룡을 보러 왔다.


또 호주는 워낙 땅덩어리가 넓고 광물 매장량이 많은지라 다양한 광물들이 있는데 이들을 전시해 놓았다. 아름다운 보석의 원석까지 다양한 광물이 모여 있으며 심지어 이런 광물 세트를 기념품 가게에서도 판다. 하지만 나는 공룡을 보러 왔다.


이른바 어보리진으로 대표되는 호주 원주민들의 삶에 대한 전시도 있었다. 속칭 신대륙으로 불리는 나라 대부분이 그러했듯 유럽인들의 도래로 인해 원주민들의 삶은 급속도로 피폐해졌다. 무척 안타까운 역사다. 하지만 나는 공룡을 보러 왔다.


워낙 새가 많은 나라라서 그런지 새에 대한 전시도 있었다. 살아남은 유일한 공룡이라는 과학적 사실을 반영하여 공룡 전시관 바로 다음 전시관에서 새들에 대해 둘러볼 수 있도록 구성한 점이 인상 깊었다. 하지만 나는 ‘진짜’ 공룡을 보러 왔다.


그리고 공룡이 있다. 웅장한 모습으로 과거 지구를 누볐던 거대한 존재들. 전시관은 주로 유명세가 높은 공룡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들의 모습은 언제 보아도 그 크기와 박력이 사람을 압도한다. 역동적인 자세로 짜 맞춰진 화석을 보고 있노라면 뼈밖에 남지 않았을망정 살아 움직일 것 같다는 느낌을 받곤 한다. 각룡류는 날카로운 뿔로 금방이라도 사람을 들이받을 것 같고, 거대한 수각류는 입을 크게 벌린 채 먹이를 덮칠 것만 같다. 용각류의 장엄한 모습은 말해 무엇하겠는가. 꼬리에 달린 칼날이 멋있는 검룡류도, 두꺼운 갑옷으로 중무장한 곡룡류도 각자의 매력이 있다. 솔직히 멋이 좀 떨어지는 조각류마저도 사족보행과 이족보행이 모두 가능하다는 나름의 개성이 있지 않은가.


이것이야말로 남자의 로망이다. 공룡. 시드니에 가면 공룡이 많다. 살아 있는 공룡이든 죽은 공룡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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