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한 장 짜리 시드니 여행 03
시드니 사람들은 성격이 급하다. 고작해야 일주일 동안 머물렀던 내가 함부로 할 소리는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경험상 그랬다.
익히 알려졌다시피 시드니의 횡단보도에는 큼지막한 버튼이 설치되어 있다. 건너려면 버튼을 누르고, 잠시 후 신호가 바뀌는 식이다. 다만 코로나19 이후로는 누르지 않아도 자동으로 신호가 바뀌는 식으로 변경되었다고 한다. 그게 사실인지 궁금해서 확인해 보려 했지만 실패했다. 사람들이 횡단보도에 도착하자마자 무조건 버튼을 눌러댔기 때문이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도 아니고, 보통 다다다다 하고 연달아 눌러대기 마련이었다. 그러고도 모자라 빨간 불인데도 불구하고 건너기 시작하는 사람이 태반이었다.
자동차들도 마찬가지였다. 횡단보도를 침범하지는 않는다. 대신 아주, 아주 바짝 붙어서 신호가 바뀌기만을 기다린다. 그러다 신호가 바뀌자마자 냅다 액셀을 밟곤 했다. 버스에 타고 있으려니 급가속과 급정거를 반복하는 나머지 한국으로 돌아온 기분마저 들 정도였다. 일본처럼 버스가 멈춘 다음에 천천히 일어서려 했다가는 다음 정류장까지 가야 할 게 분명했다.
식당이나 카페에서는 접시를 무척 빠르게 치웠다. 식사를 마치자마자 어디선가 직원이 나타나서는 접시를 가져가곤 했다. 다 먹었으면 얼른 자리를 비워달란 말인가 싶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호주에서는 식사를 마친 접시를 빨리 치워주는 게 예의로 받아들여진다고 한다. 심지어 어떤 가게는 카드 계산기에 팁을 줄 것인가 선택지가 뜨자마자 본인이 알아서 No를 누른 다음에 여기다 카드 가져다 대라고 재촉을 할 정도였다.
동물원에 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1시에 코알라와 함께 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서 있는데, 다른 여행팀을 따라온 가이드가 설명하는 소리가 들렸다. 호주 사람들은 성격이 느긋해서 1시가 되면 그때부터 준비를 시작해서 15분 후에나 시작될 거라고. 그러나 웬걸, 직원들은 10분 전에 와서 삽시간에 준비를 마친 후 1시가 되기 전부터 사진을 찍어주기 시작했다. 그렇게 찍은 사진은 빠르고 깔끔하게 정리해서 넘겨주었다.
호주 사람들은 느긋하고 여유롭다는 글을 많이 보았다. 여행자인 나로서는 당최 뭔 말인지 알 수가 없는 노릇이다. 어쩌면 시드니 도심 한복판이기에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그렇게 따지면 우리나라도 시골은 한가롭지 않은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 걷고 있던 차에 갑자기 부웅 하는 엔진소리가 들렸다. 차 한 대가 신호를 위반하고 급히 우회전하는 소리였다. 그 순간 어디선가 경찰 오토바이가 나타나더니 차를 옆으로 세우는 게 아닌가. 호주의 이름 모를 운전자가 벌금 딱지를 받아드는 모습을 구경하다가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사람 사는 데는 다 똑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