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하지 않던 일본의 변화

사진 한 장 짜리 일본 여행 03

by 글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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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15년쯤 전에 업무차 일본에 간 적이 있었다. 지하철역 넷을 지나가는 데 한 번 환승을 포함해서 오천 원인가를 내야 했고, 숙소로 돌아오기 위해 탄 택시 운임은 대략 한국의 열 배였다. 사회 초년생이어서 지갑이 얇았던 나는 편의점 삼각김밥과 빵으로 끼니 때우기를 선택했다. 하여튼 모든 것이 너무나 비싼 나라가 일본이었다.


그 후로 꼬박 십 년이 지나서야 다시 일본에 가게 되었다. 다시 찾은 일본은 의외로 물가가 비싸지 않은 곳이었다. 관광지였는데도 불구하고 물건들의 가격이 크게 부담되는 수준이 아니었을뿐더러 편의점 과자나 가벼운 식사 따위는 오히려 한국보다 저렴하기까지 한 느낌이었다.


이후 일본을 들락거린 횟수가 거의 열 번 가까이 되어간다. 그러면서 나는 깨닫게 되었다. 십 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한국의 물가는 계속 올랐던 반면, 일본의 물가는 여전히 그대로였다는 것을. 한국 자판기 음료가 오백 원에서 천이백 원으로 오르는 동안 일본은 내내 120엔이었다. 칠백 원 하던 포켓몬 빵값이 두 배로 뛰는 동안에도 일본 편의점의 크림빵 가격은 여전히 105엔이었다. 십 년 전이나 후나 똑같이 500엔짜리 동전 하나면 싸구려 라멘집에서 배를 채울 수 있었다. 기껏해야 소비세 조정에 따른 자투리 금액의 차이 정도가 있을 뿐이었다. 경제학적인 관점에서는 몹시도 끔찍한 디플레이션이었지만 그 덕분에 일본 여행의 부담이 갈수록 줄어들어 결과적으로 일본에 자주 가게 되었다.


단지 물가만이 아니었다. 내게 있어 일본은 변하지 않는 나라라는 느낌이었다. 언제 가도 항상 그대로였다. 잘 관리했음에도 세월의 흔적을 완전히 감출 수는 없는 건물들과, 발전 없이 그대로인 구식 시스템과, 앉은 자리에서 돌처럼 굳어버린 시간의 흔적들이, 변치 않는 물가와 함께 항상 그곳에 그대로 있었다. 그래서 나는 일본 여행을 좋아하게 되었다. 지나친 변화 속에서 살다 보면 불변하는 무언가가 그리워지기 마련이기에.


그랬던 일본이 이제는 변화하고 있다고 나는 느낀다. 그것도 상당히 빠르게.


가장 먼저 와닿았던 것은 코로나 이후로 점점 올라가고 있는 물가였다. 자판기 커피가 마침내 130엔이 되고 다시 얼마 지나지 않아 140엔이 되었을 때 나는 그 사실을 체감했다.


비단 물가만이 아니다. 동시에 많은 것들이 바뀌기 시작했다. 어수선하고 복잡했던 입국 심사는 어느새 한국보다 편리한 디지털 방식으로 변했다. 신호등에 끼워져 있던 누런 색 전구는 LED로 바뀌었다. 신용카드를 쓰기 어려우니 반드시 현금을 가지고 다녀야 한다던 일본 여행이었건만 가장 최근에 다녀온 후쿠오카에서 나는 현금을 거의 쓰지 않았다. 쓸 필요가 없었다. 내가 십여 년간 반복해서 보아왔던 그 일본이 더 이상 아니었다. 일본은 변하고 있었다. 마치 동면하던 곰이 잠에서 깨어나듯.


그러한 변화는 물론 나 자신의 호불호와는 전혀 관계없는 층위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다만 나는 약간 아쉬운 마음이 든다. 변하지 않는 것은 쉽게 익숙해진다. 그러나 앞으로의 일본은 더 이상 내가 익숙하게 여겼던 그 모습이 아닐 것 같다. 그게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서, 아마도 나는 또다시 일본에 가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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