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렌터카로 운전하기

사진 한 장 짜리 일본 여행 06

by 글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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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자주 가다 보니 종종 렌터카를 쓴다. 다들 아는 사실이지만 일본의 도로는 좌측통행인지라 한국과는 정반대다.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자칫 역주행하기 딱 좋다. 그래서 항상 신경을 바짝 곤두세우고 입속으로 ‘왼쪽, 왼쪽’을 되뇌면서 차를 몰게 된다. 그러다 보니 시내 주행 한 번을 마칠 때마다 진이 빠진다.


오키나와나 홋카이도에서 렌트할 때는 큰 문제가 없었다. 외곽 도로로 다니는 경우가 많고, 시내에도 딱히 차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대도시에서는 아무래도 운전대 잡기가 꺼려진다. 왼쪽 오른쪽 구분도 벅찬 마당에 앞뒤 양옆의 차량까지 신경 써야 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일본 운전자들의 매너가 좋아서 운전하기가 편하다고들 말한다. 글쎄. 잘 모르겠다. 오히려 사람 사는 데는 다 거기서 거기 같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든다. 홋카이도 고속도로에서 제한속도에 맞춰 운전했더니 다들 나를 앞질러 갔다. 후쿠오카에서는 교차로에서 출발이 늦자 뒤에서 경적을 울렸다. 서울의 내부순환선과 흡사한 도쿄 수도고속도로는 그야말로 지옥의 구렁텅이였다. 끼어든 후 급브레이크를 밟는 차도, 반대로 내가 끼어들려 하자 냅다 액셀을 밟는 차도, 다들 자주 보아 왔기에 전혀 낯설지 않은 풍경이었다.


다만 시내에서 운전하기에 확실히 편한 부분도 있다. 그건 길가에 불법 주차된 차량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한국에서는 편도 2차선 도로를 운전할 때, 설령 우회전을 할 예정이라도 그 전까지는 되도록 안쪽 차선을 타는 게 버릇이 되었다. 바깥쪽 차선으로 주행했다가는 십 초도 지나기 전에 불법주차 차량을 만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반면 일본에서는 그런 경우가 극히 드물었다.


일본 시내에서는 소규모 유료주차장이 정말 많다. 거의 한 블록마다 한둘씩 있는 수준이다. 그리고 불법주차에 과태료를 세게 매긴다. 찾아보니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만 엔에서 만 팔천 엔까지 낸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불법주차를 보기가 어렵다. 기본적으로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문화에다, 주차를 할 수 있는 유료주차장이 많으며, 불법주차에 대한 처벌까지 삼박자가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나 혼자 결론을 내렸다. 물론 더 파고 들어가면 차고지 증명제 이야기를 꺼내야 하지만 그러면 논문이 되어버릴 테니 이쯤 해두자.

여하튼 그런 이유로, 나는 일본에서 운전하기를 꺼리면서도 종종 렌트를 한다. 어쨌거나 가족 단위 여행에서는 차가 있는 게 훨씬 편한 게 사실이다. 또 일본의 대중교통 요금이 비싼 편이다 보니 숙소를 이곳저곳 옮겨 다니는 경우에는 렌트가 더 저렴한 경우도 많다. 그러니 결국 운전자 한 사람만 있으면 모두가 행복해지지 않는가. 그래서 진저리를 치면서도 운전석에 앉아, 안전벨트를 메고, 입속으로 주문처럼 ‘왼쪽’이라는 단어를 중얼거리며, 나는 운전대를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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