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한 장 짜리 일본 여행 05
나는 이자카야를 무척이나 좋아해서 일본에 갈 때마다 꼭 한 번씩은 들른다. 한국의 이자카야는 간판만 이자카야인 레토르트 식품 안주집이거나, 혹은 아예 고급화 전략을 택하는 바람에 쉽게 찾아가기 힘든 경우가 많다. 반면 현지의 이자카야는 기본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한 잔 기울이는 개념이기 때문에 가격이 싼 편이다. 그래서 음식들도 짜고 달고 자극적인 안주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어 오히려 내 입맛에는 안성맞춤이다.
또 대체로 일본 사람들은 이자카야에서 그렇게 많은 음식을 먹지는 않는다. 반면 나는 가족들과 함께 배를 채우기 위해서 가는 편이라 기본적으로 주문량이 많다. 대체로 한 사람당 메뉴를 서너 개 정도씩은 시키고 또 각자의 술이나 음료를 주문한다. 술도 기왕이면 비싼 사케 대신에 저렴한 사와 계열이 좋다. 그렇게 배가 터지도록 먹고 마신 후에 숙소로 기분 좋게 돌아오는 것이 내가 일본 이자카야를 즐기는 방식이다.
오키나와에서 찾아간 이자카야는 노포에 가까웠고 손님도 많지 않았다. 나는 언제나처럼 저녁으로 먹기에 충분한 양의 안주들을 시켜서 배부르게 먹고 마셨다. 계산을 하던 도중에 아마도 사장으로 보이는 할아버지가 주방에다 대고 무어라 말했다. 그러자 주방장이 후다닥 나와서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우리 가족을 향해 허리를 직각으로 굽혀 인사했다. 난생처음 겪는 경험이었다.
나고야에서 방문한 이자카야는 그 동네에서 나름 유명한 체인점이었다. 단체 회식이라도 하는 것처럼 엄청 요란하게 떠들면서 마시는 분위기라 왠지 낯설지 않게 느껴졌다. 닭날개 후추구이인 테바사키가 유명하다기에 한 접시 시켰고, 입맛에 맞기에 두 접시를 더 시켰다. 물론 그 외에도 잔뜩 먹었다. 나중에 영수증을 확인해 보니 시킨 메뉴의 종류만 열여덟 가지였다.
도쿄에서 간 곳은 깔끔하고 무난한 곳이었다. 너무 깔끔하고 무난해서 오히려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가격을 보고 나니 기분이 더 안 좋아졌다. 하지만 음식을 먹고 나니 다시 기분이 좋아지고 말았다. 나도 참 단순한 인간이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한 인간의 평생에 맛있는 걸 먹는 것보다 즐거운 일이 몇이나 된단 말인가. 그러니 일단 맛있게 먹고 보자.
글을 쓰다가 지금 이 순간, 비로소 깨달았다. 내가 왜 일본 여행만 다녀오면 몸무게가 늘어나는 건지. 다 이유가 있었던 모양이다. 오늘 밤도 안주가 뱃살에 스치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