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토막지식 07
소설 삼국지연의에서 작가 나관중은 장수들에게 개성 넘치는 무기를 쥐여주었습니다. 예컨대 진중하면서도 용맹한 관우에게는 파괴력이 뛰어나고 위압감이 느껴지는 청룡언월도를, 화끈한 모습을 보여주는 장비에게는 날렵한 장팔사모를, 무예에 있어서는 그 누구도 비할 수 없는 여포에게는 다루기 어려우면서도 쓰임이 다양한 방천화극을 쥐여주는 식이었지요. 하지만 그런 무기들 대부분이 작가의 창작이며 당시에는 존재하지조차 않았던 무기라는 건 삼국지의 독자들 대부분이 잘 알고 있는 사실이기도 합니다.
그러면 당시 장수들은 어떤 무기를 사용했을까요?
일반적으로 사용한 무기는 단연 모(矛)였습니다. 모는 말하자면 창의 선조쯤 되는데 춘추전국시대부터 존재했던 오래된 무기입니다. 나무로 된 긴 자루에다 날카로운 날을 단 형태이며, 주로 적을 찌르는 용도로 쓰였지요. 특히 말 위에서 무기를 사용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 무장들은 자루가 긴 모를 선호했습니다. 물론 일반 병사들도 모를 쓰는 경우가 많았고요.
극(戟)도 많이 사용한 무기였습니다. 춘추전국시대에는 과(戈)라는 무기가 있었는데 자루가 길게 늘어난 낫을 생각하시면 대충 비슷합니다. 주로 전차병들이 옆으로 꺾인 날을 이용해서 상대를 걸어 끌어당기거나 찍는 식으로 활용했습니다. 그러나 한나라 시대에 이르러 전쟁에서 전차가 퇴출되면서 과 또한 함께 사라졌죠. 대신 사람들은 기존의 모와 과를 합친 무기를 만들어냈는데 이게 바로 극입니다. 자루 하나에 찌르는 용도의 날과 찍는 용도의 날을 함께 붙여서 다용도로 쓸 수 있도록 했지요.
하지만 삼국시대에 이르러 이러한 모나 극은 새로 등장한 무기에게 차츰 자리를 내주게 됩니다. 바로 창(槍)이 등장한 거지요. 창은 모와 비교해서 일견 큰 차이가 없는 것 같지만, 대체로 좀 더 길이가 길고, 날 아래 영(纓)이라는 명칭의 장식을 붙이며, 자루 반대쪽 끝에는 준(鐏)이라고 부르는 날카로운 송곳을 다는 등의 특징이 있습니다. 전승에 의하면 창의 개발자가 바로 제갈량이라는 이야기도 있는데, 물론 사실 여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제갈량이 무기의 개량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던 것도 사실이지요. 여하튼 이 창은 시대의 흐름과 함께 기존의 모와 극을 거의 대체하게 됩니다.
한편 이렇게 기다란 장병기(長兵器)들에 비해 짧은 단병기(短兵器)들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전장에서는 장병기의 사용이 훨씬 많았지만, 한 손으로 휘두를 수 있는 짧은 무기가 유용한 경우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근거리 접전을 벌이거나 방패를 들고 수비에 전념해야 할 때 등이 있겠지요. 이럴 때 사용한 무기가 검(劍)과 도(刀)입니다.
대체로 검은 양날, 도는 외날 식으로 간단하게 나누는 무협지식 구분법이 성행하고 있습니다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대체로 검은 날이 가늘어서 찌르기 좋은 경우가 많았고 도는 반대로 베는 용도로 많이 썼습니다. 춘추전국시대에는 검을 주로 사용했으며 간장이나 막야, 담로 등 이른바 명검들도 다수 존재했습니다. 그러나 한나라 시대로 넘어오면서 쉽게 부러지지 않고 적을 베기 편한 외날검이나 도의 사용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됩니다. 그러면서 기존의 검은 차츰 의장용이나 장식용 정도로만 남게 되었지요. 삼국시대의 장수들도 단병기를 써야 할 때는 대부분 도를 사용했습니다.
다만 검은 이른바 참마검(斬馬劍)이라는 형태로 진화해서 살아남기도 했습니다. 참마검이란 한자의 뜻 그대로 말을 베는 용도로 쓰는 검입니다. 커다란 검에다가 기다란 자루를 단 장병기 형태지요. 장수들이 이걸 쓸 일은 많지 않았고, 대체로 일반 병사들이 기병을 상대하기 위해 활용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