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딘디버그 Apr 21. 2016

그땐 왜 그랬을까?

대통령님께 묻는다

 12월 15일 날씨는 매우 추웠지만, 나에게는 어느 날보다 따뜻한 날이다. 내 생일이기 때문이다. 그 날 뜻하지 않은 선물을 받게 되었다. 지나가다 그것을 보자마자 나를 떠올렸다던 동생이 생일 선물로 준 것은 ‘미니언 미끄럼틀 장난감’이었다. 

 지난 학기 연계 전공의 필수 과목 ‘디지털 콘텐츠 해외 사례 분석’이라는 과목을 계기로 ‘미니언’의 귀여움에 매료되었다. 26살이라는 나이, 상담일을 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내 지인들은 “와 정말 깨는 취향이시네요”라는 말을 자주 했다. 그럼에도 미니언이 너무 귀여워서 지나가다 인형 뽑기 기계에서 미니언 인형을 뽑는가 하면, 노트북 배경화면도 미니언으로 해놨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내가 왜 노트북에 미니언을 배경으로 해놨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전까지 좋아하던 미니언은 거짓말 같이 더 이상 내게 아무런 화학작용도 일으키지 않았다. 이후 내가 가지고 있던 인형과 관련 물품들도 동생들에게 다 나누어 주었다.     

  

“내가 왜 미니언을 좋아했을까? 왜 그랬을까?”      


 내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조금은 창피하기도 부끄럽기도 하다. 이런 경험은 살면서 수 없이 많이 일어난다. 사람들은 이유도 없이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해 그리고 조금의 의심도 없이 자신이 지금 얻고자 하는 것에 몰두하는 것 같다.      


 18세기 프랑스 귀족들은 우리가 흔히 꿈꾸는 일상생활을 누려왔다. 그들의 직장은 베르사유 궁전. 그들의 직업은 파티에 참석하는 것. 그곳에서 그들은 화려한 복장으로 자신의 존재가치를 확인했다. 파티 초대장에는 그 날 파티 의상에 대해 적혀있었고, 파티 초대장이 오지 않은 귀족들은 의상을 몰라 자연스럽게 도태되었다. 파티에서 자신들의 복장은 자신들의 위치와도 같았던 것이다. 그때 발달한 양식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로코코 양식’이다. 그중 자신을 가장 크고 아름답게 나타낼 수 있었던 것 중 하나는 모자였다. 어느 모자는 7단 높이의 모양도 있었다. 그 당시에는 높으면 높을수록, 화려하면 화려할수록 그들의 눈에는 아름다워 보였고, 최고의 지위를 가진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무척이나 화려하고 조금은 기괴했다. 이후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프랑스혁명이 일어나 그들이 추구하던 지위는 없어져가기 시작했다. 


  그 당시에 그토록 화려하게 꾸민 로코코 양식의 모자를 오늘날 우리는 아름답거나 품위 있어 보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 중 모바일을 통해 로코코 양식의 모자를 검색해서 본다면, 쓰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렇다. 알게 모르게 지금 내가 그토록 가지고 싶어 하고, 원하는 것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다른 평가를 받는다. 그때는 그토록 가지고 싶고, 이루고 싶고, 쟁취하고 싶은 것이 시간이 지나면서 그 누구도 가지고 싶지 않은 것이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아마 그 당시 귀족들도 오늘날로 온다면 필시 그런 모자를 쓰지 않았으리라... 


(저작권의 문제로 로코코 양식의 모자 사진은 첨부하지 못하고 주소로 남깁니다.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ssilverberry&logNo=130137853151&categoryNo=149&viewDate=&currentPage=1&listtype=0&from=postList


 내가 평소 좋아하는 교수님의 말을 빌려보자면 21세기 대한민국 땅에는 20세기의 유령이 존재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 유령은 2016년 국정교과서와 테러방지법으로 완벽하게 부활했다. 그리고 그것을 몰아붙이는 이는 그 유령의 딸, 박근혜 대통령이다. 그가 그 유령을 부활시키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경제성장을 이룬 아버지가 독재자로 평가받는 것이 안타까워서? 그리고 그것이 자신의 아버지에게 효도하는 길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그 부분까지는 자세히 알 순 없다. 그러나 한 가지 명확한 사실은 그는 권력을 추구한다는 것이고, 그리고 대통령은 그 권력이 권위에서 나온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마치 베르사유에서 벌어진 파티처럼, 그 권력자에게 잘 보이고 그곳에서 도태되지 않게 자신들을 ‘진박’이라는 모자로 꾸민다. 지금의 그 모자는 너무나도 달콤하며 또한 중독적이다. 그것이 없으면 당장 자신이 이 세상에서 사라질 것만 같은 환상을 부여한다. 그래서 18세기 프랑스 귀족들도 그렇게 파티에 참석했던 것이다. 그 파티에서 도태되면 자신은 사라질 것이기 때문에. 그리고 그것은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어느 대통령과 같은 권력을 다시금 되찾아하고 싶어 한다. 그것이 자신의 삶의 지향점인 듯 말이다.      


 그렇다면 그 대통령님께 하나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다.     

“로코코 모자를 보시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작가의 이전글 바다에서 온 편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